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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KBS 합격 후기
- 손민주
- 조회 : 4358
- 등록일 : 2022-12-20
1.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세저리 15기 손민주입니다. KBS 호남제주권 취재기자에 합격해 내년 1월 출근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 합격 후기 글을 부탁받았을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는 기초를 탄탄히 닦은 ‘모범 언시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과 동기, 선후배가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성과입니다. 세저리 덕에 저는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학 후부터 합격 통지를 받을 때까지 제가 ‘세저리라는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 입학 전 – 외로운 장수생
저는 2019년 ‘이노베이션저널리즘스쿨’을 들으며 기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책가방에 신문을 넣고 다니는 무늬만 언시생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입사 지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했습니다. 지방 국립대를 나와 각종 인프라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부단히 관련 경험을 쌓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지금은 선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과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활동(발제를 할 수 있는 몇 없는 인턴 자리입니다. 추천합니다)’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필기 시험장에 가면 아는 얼굴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고인물’이 된 겁니다. 서류는 통과해도 필기는 매번 떨어졌습니다. 경험을 쌓는 법은 알아도 공부를 하는 법은 몰랐습니다. 2021년, 설상가상 서울 자취방 계약이 끝나 고향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서로에게 애정이 없는 온라인 스터디를 몇 개 전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같이 활동을 하던 친구들이 합격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럽고 외로웠습니다.
동료와 선생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게 세저리입니다. 재학생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세저리 이야기’를 읽으며 소소하고, 재밌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저널리즘스쿨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3. 세저리에서 나는 이렇게 했다
입학 전에는 언시생에 불과했다면 입학 후에는 마음만은 기자였습니다. 실제로 비영리 언론 단비뉴스 기자이기도 하니까요. 수업과 취재 부서에서 발제를 하고 취재를 하는 일, 신문 기사를 보고 룸메들과 논평을 하는 일 모두 기자의 마음가짐으로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쓰고 싶은 기사는 무언지, 지향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인지가 명확해졌습니다.
다음으로는 스터디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통제하는 힘이 약합니다. 반면 책임감은 강해서 누군가 함께 하는 일은 열심히 합니다. 저는 세저리 구성원들과 논술, 방송 뉴스, 논제 정리, 시사상식 스터디를 했습니다. 여기에 언론사 필기, 실무, 최종 전형을 앞둘 때마다 같이 지원한 사람들과 스팟 스터디를 했습니다. 명절에도 매일 한 편의 논술을 쓰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서로의 성장을 바라는 구성원들과 스터디를 하며 더 꼼꼼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저도 더 열심히 했습니다.
논술은 현장에서 시간을 재고 수기로 쓰는 방식으로, 주 최소 1편 아무리 바빠도 퇴고는 꼭 했습니다. 준비가 아무리 안 돼도 초고를 일단 부담 없이 쓰고 퇴고를 잘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제천에 돌아온 날에도 논술 스터디는 참여했습니다. 방송 뉴스 스터디(원고 읽기 – 인상 깊은 방송 리포트 소개 – 보도자료로 단신 작성), 논제 정리 스터디도 모두 필기 이후 전형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저리 구성원들과 채용 전형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세저리 구성원들은 경쟁자이면서도 진심으로 서로를 돕는 관계입니다. 상식 자료를 함께 모으고 서로 문제를 내줬으며 토론을 하고 모의 면접을 서로 봐주었습니다. 교수님께 모의 면접을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함께 준비하니 제 부족한 점도 보이고 더 자극되었습니다.
4. KBS 채용 관련
제가 응시한 KBS 취재기자 공채는 총 4단계입니다.
① 서류 전형
토익 성적과 KBS한국어능력시험 성적 그리고 자기소개서 등이 평가 요소입니다. 자기소개서는 글자 수가 적은 편이라 핵심만 간결하게 적어야 합니다. 저는 호남제주권 취재기자에 지원했기 때문에 지역 언론에 관한 지원동기를 적었습니다. 가장 관심 있는 주제와 그 이유, 관련 KBS 보도 비평, 본인의 기획안까지 적어야 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기획안을 충분히 공들여 적지 않았고 실무 면접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난감했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시길 추천합니다.
② 필기
KBS 필기는 지난해부터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실무를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느낌입니다. 시사상식 시험 대신 자료 해석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지를 풀어보면 감을 잡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논술은 보도자료 2개를 읽고 하나만 9시 뉴스에 올려야 할 때 무엇을 올릴지 고르고 이유를 적어야 했습니다. 석쌤 방송취재보도실습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최대한 기억해서 보도의 시급성, 영향력 등으로 나눠서 차근차근 근거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추가 취재할 것들과 앵커 원고도 적었습니다.
③ 실무 면접
실무 면접 전에 2개의 사전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틀 정도가 주어집니다. 현장 취재 과제는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담’이라는 주제를 받고 전남 여수, 목포, 광주의 벽화 마을 3곳을 방문했습니다. 주장하기보다 갈등의 맥락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대안도 담았습니다. 외국으로 도주한 코인 개발자 인터뷰 과제는 복잡한 사안을 쉽게 푸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면접은 사전과제에 관한 실무 면접, 자소서에 관한 인성 면접으로 나눠집니다. 자기소개서보단 이력서에 적힌 인턴 경험과 저널리즘 관련 수상 경험에 관한 질문이 더 많았습니다. 예컨대 제가 쓴 기사 소개, 대안의 한계 등을 물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숙지하고 예상 질문에 대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 불가능한 면접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④ 최종 면접
면접에서 떠는 이유는 ‘잘 보이고 싶어서’입니다. 준비가 부족하면 떨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면접 전까지 예상 질문 100여 개에 답을 달아보며 최종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당일에는 멘탈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에 임했습니다. 최종 면접은 지식보단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은 편하게 대화하듯이 말했습니다. 질문을 경청하고 제 주장은 두괄식으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제쌤이 모를 때 할 수 있는 말도 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해주셨고 ‘데스크와 갈등이 있었냐’는 질문에 ‘지금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정도로 짧게 답하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는 것은 많은데 횡설수설하는 지원자와 조금 부족해도 면접관과 편안히 대화하는 지원자 중 누가 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떨지 마세요. 의심하지 마시고 편하게 보여주면 됩니다.
5. 엉덩이가 가벼운 당신에게
스터디를 열심히 했다는 것 말고는 저는 저만의 공부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모범생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저도 합격을 한 걸 보니 ‘언시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언론고시 방법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과 신문을 읽고 자신의 관점을 기를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필기에 합격할 수 있을 겁니다. 저처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걸 선호하는 분이라면 세저리를 추천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저처럼 엉덩이가 가벼운 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로 살아볼 수 있는 곳,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과 함께 언론인이 될 준비를 하는 곳이 세저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같은 동료들과 든든한 현직 선배들도 얻을 수 있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보람도 큽니다. 그 길을 걷는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힘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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