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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붉은 벽돌만큼 오래된 사람들
- 19기 정한솔
- 조회 : 65
- 등록일 : 2026-04-14
집을 이룬 붉은 벽돌의 빛이 바랬다. 집과 집을 잇는 전봇대엔 오래된 전단이 겹겹이 붙었다. 골목에 들어선 상점은 낡은 간판을 내걸었고, 그 글자는 드문드문 지워졌다.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대구 남구 대명3동의 골목은 조용하다. 담배를 입에 문 노인도, 보행기를 끌며 걷는 노인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먼발치서 재개발 아파트 현장의 공사 소음만 가끔 들렸다. 누군가 앓는 소리 같았다. 32년 된 다세대 주택 3층 집은 대낮에도 어둑했다. 안부를 확인하러 온 복지사가 물었다. “전등 좀 켜도 될까요.” 김향숙(67)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안 돼요!” 그는 전깃불을 매우 싫어했다. “작년에 우리 아저씨가 벌건 대낮에 불 켜놓고 가 버렸거든요. 침대에 거꾸로 누워 있길래 자는 줄 알았지. 그 뒤로 불을 켜기가 무서워.” 남편이 먼저 떠나고 혼자 남은 집은 고장투성이다. 며칠째 수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변기는 깨졌고, 세탁기엔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밥솥마저 반년 전 고장 났다. 새로 장만할 돈이 없어 라면으로 매 끼니를 때운다. 먹고 자고 씻는 생활이 온통 망가졌어도 병원엔 4년 넘도록 가지 않았다. “무섭잖아요. 갈 때마다 병이 하나씩 생기니까. 돈도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