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조메뉴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기자, PD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본문 시작

세저리 이야기

미콘부 봄 나들이: 제기차기, 주천묵집, 그리고 빙허루

  • 저* *
  • 조회 : 295
  • 등록일 : 2025-04-20
대표사진.jpg ( 3,276 kb)

안녕하세요. 미콘부장입니다.

4월 16일에 저희 미콘부는 봄맞이 나들이를 다녀왔답니다.

저는 이번 학기 미콘부 첫 회의에서 ‘봄맞이 나들이’를 당당하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였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곳 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추가 학기를 포함해 대학을 9학기 동안 다녔습니다.

뒤늦게 8학기 차에 교환학생을 갔다 왔는데, 졸업은 또 본교에서 해야 한다는 학칙이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한 학기를 더 다녀 여름에 코스모스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8학기의 삶에 제가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영화과를 나온 탓에 지난 4년 동안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때론 싸우기도, 화해하기도 하며 하나의 영화를 향해 달려가는 삶이 당연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동료들이 떠나고 학교에 남겨지다 보니 추가 학기 때의 기억은 잘 없네요.

그때의 결심만 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학부 때 교육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지식이 휘발되었지만, 그중 기억나는 이론이 있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에도 위계가 있습니다.

그중 세 번째 단계가 애정, 소속에 대한 욕구입니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싶다는 것이죠.

이 이론에 따르면 각각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인 존중을 받는 것과 자아실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봄맞이 나들이를 가자고 이야기를 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동료, 우리를 이끌어주는 멘토가 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

이런 느낌을 주고, 저도 받고 싶었습니다.

(물론 박 쌤은 제가 부장되더니 이상한 것만 한다고 핀잔을 주셨지만요. 저 다 기억합니다)

그럼 미콘부 봄맞이 나들이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봄맞이 나들이 장소는 윤철 쌤이 사시는 곳이기도 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입니다.

미콘부 회의를 약식으로 진행한 뒤 바로 출발을 했습니다.

거기에 기가막힌 묵 맛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4:30에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데 또 영업은 6시까지밖에 하지 않으므로,

저희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오늘은 옥주 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저는 옥주 쌤이 계시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든든합니다.

오늘의 장소 ‘주천묵집’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사실 메인 이벤트 중 하나는 ‘제기차기’입니다

여기에 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저번 미콘부 회의에서 나들이에서 제기차기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박 쌤도 댁에서 제기 하나를 찾아보겠다고 하셨지만, 혹여 댁에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저는 미콘부 나들이 하루 전날 제기를 찾으러 다이소를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반짝이는 플라스틱 제기는 없었습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직원분께 제기가 혹시 있는지 여쭤보니

“큰 제기밖에 없는데…”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분명 샅샅이 제기를 찾아봤을 때 제기가 안 보였는데, ‘큰 제기’는 어디 있는 걸까?

제기가 크다면 제가 못 찾았을리가 없는데 하며 직원 분을 따라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직원분은 ‘왕제기’가 워낙 안 팔려 꼭꼭 숨겨놓으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실물을 보니 왜 안 팔렸는지 알겠더라고요.

다이소에서는 판매를 포기한건지, 가격표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고대 유물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 왔습니다.

이 사진에서는 그 크기가 가늠 안 되지만, 발로 차는 부분이 육개장 컵라면 뚜껑만한 사이즈입니다.

구매하고도 긴가민가했지만, 보다보니 정이 들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캐릭터, 전통 문양이 가미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왕제기를 들고 위풍당당 2층 PD방에 갔습니다.

미콘부원 최X주는 이 왕제기를 보더니, 너무 가벼워 차지도 못하겠다고 비웃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 다 기억합니다)



다시 ‘제기차기’로 돌아오면,

그렇게 오늘의 식사 장소인 ‘주천묵집’ 주차장에서

박정용배 제기차기 대회가 벌어졌습니다.

세 번에 걸쳐 가장 많이 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다들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왕제기도 자신의 쓰임이 다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마 기뻐했을 겁니다.



이 날 박정용배 제기차기 대회의 우승자는 윤철 쌤이었는데요.

줌바댄스로 기르신 순발력으로 무려 6번이나 연속 제기차기에 성공했습니다.



제기를 주고 받는 게임도 했습니다.

박 쌤도 다행히 좋아하셨습니다.



이번 미콘부 나들이 사진 중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사진이나 영화에서 이렇게 수평을 무너트려 피사체를 기울여 찍는 촬영 기법을 ‘더치 앵글’이라고 합니다.

주로 인물이 느끼는 불안이나 긴장감을 표현할 때 쓰는 앵글인데요.

이 컷에서 그 감정이 잘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기차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주천묵집’도 오픈 준비를 마쳤습니다.

주말에는 웨이팅도 필수인 사람 많은 곳인데, 오늘은 운 좋게 미콘부 사람들이

넓게 넓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굉장히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는데요.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인, 풍구도 있네요.



80-90년대 절절한 멜로 드라마에 나올법한 공중전화기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음식 하나하나가 정말 괜찮았습니다.

도토리묵무침은 지금껏 먹어본 묵무침과 달랐습니다.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모르겠지만, 고소한 기름 향이 묵의 맛을 한껏 끌어올려주었습니다.

감자전도 정말 맛있었는데요.

겉바속촉을 잘 보여주는 음식이랄까요.



이번주는 신입부원 희현의 생일이 있는 날입니다.

저와 은진은 희현 몰래 케이크를 사러 나갔었는데,

봄맞이 나들이하기 전에 들켜버렸습니다.

그래서 에라모르겠다 당당하게 주천묵집으로 케이크를 들고 가는 은진입니다.



생일 축하를 받고,

희현은 고맙다는 말을 연신했습니다.



이번에 케이크를 사러 가면서 ‘스초생’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아마 스트로베리 초코 생크림의 약자겠지요.

스초생을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미콘부원들은 저를 하나둘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일에 적응한다는 건 참 어렵군요.

케이크는 정확히 구등분해서 나눠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다음에 종종 먹으러 투썸에 가야겠습니다.


오늘 계산은 옥주 쌤이 해주셨습니다.

옥주 쌤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올립니다.

옥주 쌤은 뭔가를 먹고 싶으면 언제든 당신을 불러달라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아무래도 매일 연락을 드려야겠습니다.


묵 요리도 맛있게 먹었겠다.

이제 소화를 시킬 시간입니다.




주천묵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빙허루’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곳은 조선시대 숙종, 영조, 정조의 어필이나 문장을 걸어놓은 곳이라고 합니다.

화재와 전란으로 인해 여러 번 소실되었지만, 그럴때마다 복원을 해놓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탓일까, 멀리서도 불굴의 의지가 보이네요.



영월 주민 윤철 쌤이 가이드해주셨습니다.



빙허루가 있는 망산의 초입에 ‘주천’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져 있습니다.

술 ‘주’ 자에, 샘 ‘천’ 자를 써 ‘술이 나는 샘’ 이라는 뜻입니다.

옛날 옛적 주천에 술이 나오는 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샘에 양반이 가면 청주가 나오고, 상민이 가면 탁주가 나왔다고 합니다.

신분에 따라 다른 술이 솟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한번은 어떤 상민이 청주가 먹고 싶었다고 합니다.

양반의 옷을 몰래 입고, 이 샘으로 갔는데 어김없이 탁주가 나왔다고 합니다.

상민은 화가 이 샘을 부셔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술 대신 물만 나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윤철 쌤은 이 샘에서 민물 새우도 보셨다고 합니다.

민물 새우는 깨끗한 곳에만 서식을 하는데요.

그러나 간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이기도 합니다.

윤철 쌤의 말을 듣고 저는 ‘민물 새우는 간디스토마의 중간 숙주로서 생으로 먹으면 안되는데, 만약 약수인줄 알고 저걸 먹었다간 간디스토마에 걸릴 수 있으니 먹으면 안되겠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은진은 저에게 저 물을 권하더군요.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오래 살고 싶습니다.



빙허루까지 가는 길은 꽤나 이색적이었습니다.

북유럽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북유럽의 산림지대를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도 하나 없고, 우리가 전세낸 것처럼 걸으니 힐링이 따로 없었습니다.

종종 머리 식히러 와야겠습니다.



드디어 빙허루에 도착했습니다.



빙허루에 도착하니, 주천면 전체가 한 눈에 다 보였습니다.




"이제 하산하지"


이제 내려갈 시간입니다.



내려가는 길에 여러 가지 운동 기구가 모인 곳이 나타납니다

진주는 클라이밍을 2년 동안 했다며, 한번 올라가보겠다고 합니다.



꽤나 잘 올라가는군요.

진주는 이 날 3m 정도 되는 클라이밍을 하고는,

다음날 전 날의 클라이밍으로 인해 전완근이 아프다고 하루종일 징징댔습니다.

부원의 힘듦을 묵묵히 듣고 있는 것도 부장의 일 중 하나입니다.

.

.

.

이렇게 미콘부 봄맞이 나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초압축으로 즐기다 왔는데요.

다행히도 모두 즐거워 하는 것 같아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 아쉽게도 미콘부 윈터 솔져 용훈 씨는 참여를 못했는데요.

아무래도 종강에 맞춰 한번 더 어디론가 다같이 떠나야겠습니다.


글쓰기 수정 삭제 목록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8
naver -   2025-04-20 12:49:45
술이 나는 샘.. 샘이 난다 미콘부 나들이 ( ᵒ̴̶̷̥́ ᯅᵒ̴̶̷̣̥̀ )
naver -   2025-04-20 12:54:02
이렇게 알찬 세저리 이야기.. 근데 부장님 스초생 모르는거 실화인가요ㅜ
naver -   2025-04-20 14:23:57
제가 아이유 맥주를 모른다고 웃으시더니 스초생을 모르셨군요? ㅎㅎ 희현 ㅅㅊ합니다
naver 지지   2025-04-20 15:21:01
막걸리 존존맛! 암벽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높았습니다. 징징.
naver -   2025-04-20 15:23:58
다음엔 술샘에서 물 한 입해보시길 권합니다! 제발.
naver -   2025-04-22 23:24:32
스초생 모르다니 충격
naver 농부와꽃남매   2025-04-23 00:10:02
매슬로우 욕구가 언제 이렇게 늘었지요? ㅋㅋㅋ 라떼는 5단계였는데 ㅋㅋㅋ
naver -   2025-04-24 15:51:03
다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했어요:p
* 작성자
* 내용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