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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녹슬지 않는 조개껍데기’ 박세은, 출근 시작하다
- 저* *
- 조회 : 381
- 등록일 : 2025-12-03
항상 밝은 얼굴로 세저리를 환하게 밝혀주던 박세은 기자가 이번 달부터 KBS 기자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강추위가 찾아왔는데, 지금은 교육받고 있을 거니까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상관이 없겠군요. 그래도 제베리아의 추위를 잊지는 않겠죠?
동료들을 위해 보내온 글을 보면 세은 씨가 취재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입사 시험 낙방 경험 등이 쌓이며 많이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드네요.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어렵고 힘들어도 동료들과 함께 그 꿈을 놓지 않은 것이었네요.
박세은 기자의 새출발을 다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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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6.5기 박세은입니다. KBS 호남제주권 취재기자에 합격해 12월부터 출근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첫 출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십 번 떨어지기만 했던 제가 합격 후기를 쓴다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문화관 벚나무 앞에서)
저는 꽤 오랫동안 기자를 꿈꿨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신문부에 들어갔던 게 시작이었네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보사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저곳 취재 다니며 3년을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기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혼자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기자의 꿈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꿈을 계속 붙잡고 있었습니다. 준비도 안 해보고 꿈을 접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대로 배우고, 정보를 얻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래서 세저리에 지원했습니다. 세저리에 입학한 후, 기자라면 어떤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취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을 아주 처음부터 배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1학기까지도 계속 헤맸습니다. ㅋㅋ 제대로 준비해 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마음을 다잡지 못했습니다. 이것저것 발제하고 취재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저는 빌려온 고양이 같았습니다. 여전히 ‘기자 박세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1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 동안 저는 나름의 정신 수양을 했습니다. 지도교수이신 안쌤께서 “세은은 참 밝아! 그걸 취재에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라고 꾸짖어주셨던 것을 계속 떠올렸습니다. 뭐라도 시도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해볼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안쌤의 따끔한 충고 덕분에 계속 기자라는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해외취재를 떠난 세은과 동료들)
2학기 때부터는 점점 제가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 또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나갔습니다. 저의 경우엔 한 가지 취재에 끈질기게 매달린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다. 프랑스·독일 해외 취재가 특히 그랬습니다. 맨땅에서 아이템을 찾고 취재원을 발굴하는 방법,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하는 방법 등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저는 이때 배운 걸 다음 취재, 또 그다음 취재에 적용하면서 천천히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3학기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필기 전형을 준비하고, 원서를 냈습니다. 저는 전형을 잘 통과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많이 떨어지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계속 취재하고 보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도 열심히 들으려 했고요. 실패도 많았지만, 조그마한 성공들이 모여서 자존감을 회복해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3학기~4학기 차에 취재하고 보도했던 경험들이 자기소개서 소스로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실패한 경험도 활용했습니다. 나중에 면접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세저리에서의 경험을 정리해뒀던 것이 참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세저리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ㅎㅎ 제가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되새긴 게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항상 곁에서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특히! 취재 부서를 여러 번 옮겼습니다. 환경부에서, 청년부에서, 지역사회부에서 취재에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날카롭게 피드백해 주시고, 좋은 기사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이끌어주신 제쌤, 안쌤, 석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전형이 있을 때마다 꼼꼼한 면담으로 힘을 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학기까지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기자의 태도를 가르쳐주신 은쌤, 만날 때마다 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철학과 더불어 따뜻한 응원을 건네주신 박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16.5기 쓰주삶바)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역시 세저리 동료들이 큰 힘이 돼 줬습니다. 제가 쫑알쫑알 말이 많은 편인데도 저의 푸념을 다 들어주고, 항상 저와 함께 맛있는 거 먹어줬습니다..^*^ 특히 ‘쓰주삶바’, 정현-채현-나경이 없었다면 저는 힘든 기간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팀 취재에서, 논계와 뉴.키.스, 그리고 멋.현.스 등 스터디에서 저를 압박(?)해준 다른 동료들에게도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마지막 학기.. 나태해진 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 지윤에게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조개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잠깐 흔들리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는 조개껍데기’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두시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현장에서 동료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