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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과메기 사태, 이례적인 교수진 대통합 이뤄...
- 리얼숲
- 조회 : 251
- 등록일 : 2024-11-15
저는 이곳 출신입니다.
최근에 사건사고로 종종 뉴스에 나오는데,
사실 꽤나 유명?한 음식들도 있습니다.
(물회라든가...물회라든가...물회라든가...)
네. 젊은 층에겐 물회지만, 겨울철 별미, 과메기가 유명합니다.
사실 양심고백하자면, 전 포항 출신이지만, 딱히 과메기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걍...‘굳이? 왜 말린 걸 먹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죠.
탱탱한 살결을 자랑하는 광어와 우럭, 전어와 세꼬시, 문어와 오징어가 있는데
왜 꽁치 말린 걸 먹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은 겨울마다 먹긴 합니다...(먹으면 또 맛은 있어요)
그래서 지난겨울엔 제천의 바닥민심을 끌어모으는 옥주쌤께
감사의 의미로 과메기를 전달해 드린 적 있죠.
그게 생각나서 집에서 과메기 보내겠다는 걸 허락(?)했습니다.
아무도 안 먹을 거 같아서 조용히 옥주쌤 이하 문화관 유령들에게 한입씩 맥일라고 했죠.
때는 바야흐로 11월 12일 화요일.
유쁘팀 회의를 마치고 집에 가시는 옥주쌤을 붙잡았죠.
“쌤 과메기 드시고 가세요”
“그래?! 그럼 내가 박쌤하고 다른 교수님들 부를게!”
“...”
서재부터 각 방에 흩어진 사람들을 402로 소환했습니다.
박쌤, 안쌤 그리고 저는 입학하고 4학기 만에 처음이었던 석쌤과의 자리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뭔가 판이 커졌습니다. 사실 당황했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을까, 또 아무래도 음식물이라 상했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교수님들은 물론, 매일경제 면접을 갔다 온 재호, 한창 기사를 쓰고 있던 다른 사람들,
특강 영상을 편집 중이던 석좌 예진까지 다 끌어 모았습니다.
첫 입을 드신 안쌤의 표정입니다.
“오홋!” 정체모를 탄성과 함께 평을 하셨습니다.
“서울은 대체로 딱딱한 감이 있는데, 촉촉한데?”
그러면서 상위 10%에 들어간다며 인정해 주셨습니다.
사실 전 포항에서만 과메기 먹어서...잘 모릅니다.
석쌤께선 과메기를 현재 어떤 고기로 말리는지 잘 모르셨고,
박쌤께선 과메기가 어떤 종류의 생선인 줄 아셨다고 합니다.
안쌤은 이에 관해 깊고 긴 탄식을 내뱉으셨습니다.
참고로 과메기는 꽁치로 말립니다. 과거엔 청어였는데, 청어가 없어요.
기후위기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각종 채소와 함께 싸서 먹습니다.
전 걍 다시마에 초장 찍어서 간단히 먹는 걸 좋아합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비릿한 거에 비릿한 걸 더한다고.
전...다시마가 비리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무튼...
다들 이렇게 배추에, 김에, 다시마에 싸 먹었습니다.
과메기와 함께 교수님들과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밖에서 회식을 한 적은 있는데, 재미진 경험이었습니다.
공부에 지치고, 채용에 지치고, 이런 저런 일들로 벌써 연말인데 이런 재미도 있네요...(긁적)
아, 먼저 방송뉴스 스터디로 떠나야 한다는 석쌤께 안쌤은
“무슨 9시에 회의를 하고 그러십니까?!”
그러자 석쌤은
“낸들 그러고 싶겠습니까? 누가(안쌤을 가리키며) 앞 회의를 늦게 끝내줘서 그렇잖아요!”
안쌤은 씨-익 웃으셨습니다.
그렇게 석쌤이 떠나시고, 편집기획팀(고생ㅜㅜ)이 402로 모였습니다.
1시간 만에 동이 난 과메기를 뒤로 하고 안쌤은 간단히 분식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리고 2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바로 지윤.
소중히 간직해 온 ‘노란색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지윤은 “적절한 날에 꺼내고 싶었는데, 오늘이 날인 것 같았다”며
턱-하고 공유했습니다.
이를 본 안쌤과 박쌤입니다.
아무래도 이날 휴식(?)과 힐링(?)을 한 건 두 선생님이었을지도...
그렇게 세대 갈등과 안쌤의 한겨레 초년병 시절 이야기와
스쳐 지나가는 세저리 내 연애 이야기를 하며 2시간 정도 더 보냈습니다.
단비뉴스 웹페이지를 개편하느라 건초염이 걸린 미래 편기팀장.
단체 사진을 찍으라고 하자 이런 MZ샷을 찍는 은진 미콘부장과 동조하는 진주 유쁘팀장, 채은 기자.
석좌 예진은 ‘안수찬’ 3행시도 했습니다.
안: 안 온 사람들이 왤케 많아?!
수: 수업도 안 오고...너네가 하는 게 뭐가 있어?!
찬: 짠~
참고로 안쌤은
“세저리에서 연애하는 애들 내가 몇 달간 심층취재해서 제쌤께 보고하는 게 낙이다”
이를 위해 안쌤은
“얼마나 많은 교차 검증을 하는데!”
라며 절대로 자신이 모은 정보들이 진실을 가리킬 때까지 증언을 받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박쌤은
“그냥 가볍게 연애해~젊을 때 연애하는 게 좋아~”라며 뭔가 촉촉한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241112 세저리 과메기 사태.
좋은 음식, 좋은 사람들?, 그리고 재미나고 유익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요즘 기사 작성이며 발제며 채용이며 힘든 날들의 연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같이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그러면서 또 공부도 해봅시다.
그럼 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