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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KBS PD 합격 후기

  • 함민균
  • 조회 : 4042
  • 등록일 : 2022-12-21

1. 들어가며

- 한 귀로 흘려들어야 할 이야기

안녕하세요. 세저리 15.5기 함민균입니다. 저는 2022KBS 공개채용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합격했습니다. 분야는 시사교양 PD, 호남·제주권역이었습니다.

 

임원면접 합격 결과를 받은 건 1125일 금요일 오후 2시경이었습니다. 저는 기수방에서 글쓰기 과제를 하다가, 너무 졸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니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언시생에서 예비 합격자로 입장이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줬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부담스러운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언론고시 준비 방법을 제게 묻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생겼기 때문입니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저도 스스로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그게 가장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대답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못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적절한 행동인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결국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KBS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억나는 장면들을 글로 담았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저도 언시생이었고, 여전히 제 능력에 확신 갖지 못합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한 귀로 흘려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2. 자소서와 이야기

- 이야기로 보여주기

세저리 입학 첫 날인 829, 저는 기수방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KBS 자소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며칠째 한 문항 때문에 곤혹스러웠습니다. 바로 핵심 역량을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무엇을 핵심 역량으로 내세울지, 핵심 역량이라고 납득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구성의 원칙을 핵심 역량으로 내세웠습니다. 현직 PD들이 본다면 납득하기 힘들 내용입니다. 리스크가 큰 시도인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사에서 일하면서 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은 기---결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이야기로 보여주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핵심 역량인지, 아닌지는 면접 때 입증해야겠지만요.

   

프로그램기획구성론 강의 첫 시간, 박진홍 교수님께서는 피상적인 것만큼 공허한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령, 지원 동기를 이야기할 때 방송을 좋아했다’,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설명할 때, 항상 적합한 이야기를 갖추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필기, 면접에서도 나를 보여줄 이야기는 필요합니다.

 

 

3. 난감했던 필기시험

- 기본에 충실하기

 

시험지를 받고 논제를 읽다 보니 2021KBS 논술 시험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논제가 나왔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험 당시에 저는 논술 준비를 제대로 하지는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시험의 본질은 똑같았습니다. 현상/현안을 파악하고, 지식을 통해 재해석/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추론 결과를 프로그램 기획에 반영해야 합니다.

 

준비한 내용이 없어서 즉석에서 새 글을 썼습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틈틈이 봤던 책과 영화가 도움이 됐습니다. 김영민 교수의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을 지식으로 활용했고, 영화 <동주>를 보면서 알게 된 윤동주의 모습을 기획에 반영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새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글의 품질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측할 수 없는 논제였기 때문에 다른 응시자들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클리셰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쉽게 썼고, 글의 흐름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애썼습니다.

 

필기에 관해서는 제가 유독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안수찬 교수님께서는 <저널리즘 글쓰기> 시간에 ‘80점 이상이면 운 좋게 필기 통과를 노려볼 수 있을 만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논술은 매번 80점 안팎이었습니다. 그나마 글의 흐름(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이 보였을 때, 80점을 넘겼던 것 같습니다. 필기 통과 확률을 높이려면 거창한 내용을 쓰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글을 쓰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4. 기획과 구성

- PD 관점 유지하기

실무능력평가를 준비할 때, 저는 <프로그램기획구성론> 강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 당시 강의에서는 수강생 전원이 프로그램 모니터링 분석·보완 작업을 했는데요. 학생들이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면, 박진홍 교수님께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화하기 어려운 것을 잘 영상화했다고 느낀 점이 있는지?

-프레젠트(MC) 활용이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부분을 힘 줘서 촬영했다고 생각하는지?

-스튜디오 구성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MC들의 배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제작자의 관점을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보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실제 프로그램 기획안/구성안을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야기 구조부터 게스트 섭외/VCR 시간/프로그램 엔딩까지, 핵심적인 부분과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5. 미지의 영역, 임원면접

- 생각 정리하기

임원면접을 준비할 때, 막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소서, KBS, 지역, 프로그램, 뉴미디어, 시사현안에 대한 질문을 전부 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민의 범위가 늘어났다고 해서 답변의 퀄리티가 낮아져서는 안 됐습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급하게 고민해낸 답변은 내용이 부실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꼬리질문이 붙으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게 금방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KBS 프로그램들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내용이 자소서에 있을 때, ‘KBS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n개를 말해봐라’, ‘그 중에서 OO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분석해봐라라는 꼬리 질문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만 무리 없이 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준비가 미흡하다고 느껴,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시사현안세미나>, <언론윤리법제연구> 강의를 따라가기 위해, 읽었던 책과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강의 시간에 질문하면서 쟁점을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했던 점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EX. MBC의 대통령 비속어 보도, 적절한가? 원전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 모든 걸 공부할 여력이 없다면, 시사현안, 프로그램, 뉴미디어 등 일부 영역에 대한 준비라도 꾸준히 해두시는 걸 권합니다. 자신감이 없어지면 면접에서 티가 날 가능성이 높고,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6. 나가며

- 하나마나한 이야기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들을 지켜나가는 게 제게는 참 고역이었습니다. 오히려 매번 지키지 못해 좌절하곤 했습니다. 글에도 나와 있듯, 세저리에서 와서 교수님들과 주변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태도는 역량으로 귀결된다고 믿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더 묻고 싶은 게 있다면 편히 연락 주세요

제 메일은 ham9297@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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