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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경향신문 합격후기
- 13기 오동욱
- 조회 : 4021
- 등록일 : 2023-08-22
저는 ‘장수생’이에요. 2019년 SBS 시교 PD가 첫 시험이었요. 그러니 꽉 채운 4년, 햇수로는 5년 됐네요. 계속 탈락하면서 스스로 탈락 이유를 물었어요.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반대로도 질문했죠. 나를 반드시 뽑아야 할 이유가 뭘까. 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아마 그게 탈락 이유였던 것 같아요. 나를 뽑아야 할 이유를 보여주지 못한 거니까요. 경향신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이 점을 보완하려 했어요. 자소서부터 최종면접까지 더 명쾌하게 매력과 강점을 다듬었어요. 제 어필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다른 무엇을 보고 뽑으신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1. 매력적인 사람 되기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내 매력과 강점을 충분히 보여주자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했어요. 그러다 스토리텔링에 생각이 미쳤고, 요쌤께 빌린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를 반복해 읽었어요. (책 돌려드려야 하는데,,, 쌤 곧 드릴게요.ㅠㅠ)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나름대로 생각해봤어요. 전 이렇게 정리했어요. (1)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2) 고난을 겪으면서 (3) 문제를 분석하고 (4) 나름의 해법을 세우고 수행하며 (5)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상태(부정->긍정)가 변화해야 한다.
제 인생을 뒤돌아봤어요. 생각보다 이 틀에 맞는 경험이 많더라고요. 특히, 세저리에서 취재했던 경험이 그랬어요. 자연다큐를 제작할 때 물떼새를 찾은 경험도,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기저귀 교환시설을 취재했던 경험도 딱 알맞았죠. 이 경험을 쓰면서 제 깨달음과 장점을 덧붙였어요. 나라는 사람이 회사에 입사하면 어떤 후배가 될지 상상할 수 있도록요.
안쌤께 글쓰기 수업을 들은 분이라면 ‘횟감론’을 들어 봤을 거예요. 스킬을 익히기보다 좋은 글감을 찾는 데 주력하라는 말씀이지요. 세저리는 다금바리, 긴꼬리벵에돔, 돌돔과 같은 고급 횟감을 접할 수 있는 곳이고 생각해요. 세저리에서 많이 취재하고 고민해보면서 고급 횟감을 많이 낚으시길 바라요.
저는 평소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 강점을 생각해 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것 역시 세저리 동기들이었어요. 함께 취재했던 학우들이 “너 보면서 그만 좀 (취재)하자 하고 싶었다.” “오빠는 곰 같아. 실행력이 강한데, 나름 머리도 써” 등등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 강점을 말해주더라고요.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자소서를 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2. 선생님들을 힘껏 괴롭히세요
필기는 따로 덧붙일 말이 없어요. 선배들이 공부법을 잘 정리하셨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될 것 같아요. 다만 두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요. 먼저, 선생님들께 글 피드백 받고 고쳐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세요. 전 세저리 1학년 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았어요. 미디어 비평+실전논작(요쌤), 칼럼(봉쌤), 시사현안 논술(제쌤), 미디어 비평+다큐구성(랑쌤) 등 매번 다른 글이었지만 이건 꼭 지켰어요.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엉망이던 글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더라고요.
다음으로, 전 선생님 말씀을 흘려듣지 않았어요. 세저리 전체 회의 때 하시는 말씀이나 그냥 농담조로 하시는 말씀도 꼭 생각해봤어요. 선생님들 발언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글을 써보면 생각보다 잘 풀렸거든요. 선생님께서 피드백 해주실 때도 수정된 문장만 보지 않았어요. 꼭 선생님들이 글 쓰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생각했죠. 어떤 식으로 사례를 확장하고 논지를 펼쳐가는지 왜 이 방식을 사용하는지 같은 거요. 선생님들의 방식을 내 것으로 ‘훔치기’엔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3. 현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
저는 현장 취재 가면서 두 가지만 마음에 품었어요. 하나는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성을 살리는 것이었어요.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은 기본이니까, 현장성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에 관한 제 고민을 말해볼게요.
세저리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께 현장 취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꼭 사례로 말씀해주시는데 공통된 특징이 있었어요. 그 현장에서만 담아낼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라는 것이죠. 저는 랑쌤, 요쌤께 이 말을 자주 들었어요. 현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담아야 다큐가 차별점이 생긴다고요.
글 기사라고 다를까요? 2023년 경향신문의 현장 취재 주제는 “상충돼 보이는 두 인물, 가치, 계층, 분야 등이 공존하는 현장을 찾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십시오”였어요. 취재에 3시간 30분을 줬고, 기사 작성은 50분 만에 끝내야 했어요.
저는 동자동 쪽방촌에 살면서도 쪽방 지원 못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두 인물을 중점으로 잡았죠. 한 분은 쪽방 지원을 받는 주민이고, 다른 한 분은 쪽방에 살면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분이었어요. 두 분의 격차를 보여줄 수 있는, 현장에서만 잡을 수 있는 포인트가 뭘까 고민했어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니 한 분의 말이 머리에 꽂혔어요.
“1만 1천 원짜리 대구탕을 8천 원에 먹는 방법이 뭔 줄 알아? 여기(동자동 쪽방촌)로 이사 온다. 동행카드(서울시 식사지원 카드)를 받는다. 저 아래 대구탕집에서 지원 카드를 내밀고 1만 1천 원짜리 대구탕을 시킨다. 대구탕 사장이 참 착하거든.”
저는 이 내용을 첫 문단에 배치했어요. 그리곤 지원받지 못하는 분 중 한 분의 사례를 대비했죠. 그분은 전날 지역 교회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드신다고 했어요. 냉장고 안에 그 도시락이 있었는데, 뚜껑을 제대로 덮지 않아 반찬이 말라비틀어졌더라고요. 그분도 대구탕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어요. 창문 하나 없는 캄캄한 방에서 먹으니 입맛도 안 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방법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현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사례를 쓰면 독자는 더 깊이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운 것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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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너만 돌면 당신 자리는 있습니다.”
오래 준비했어요.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해외로 도망갈 생각에 틈만 나면 스카이스캐너에서 비행기표를 알아보기도 했어요. 언론고시 자신감은 사라지고 움츠러들기도 했어요. 되돌아보면 불안감이 컸던 것 같아요. 누군가 취직했다는 말만 들리면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공부법을 수정하기도 했으니까요. 계속 흔들렸던 거죠.
그때 한 선배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해줬어요. “취준 시기는 공부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야.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허비하지 마.” 그때부터 관점을 달리했어요. 누구의 것도 아닌 제 내공을 쌓기 위해 매진했죠. 좋은 글을 많이 뜯어 보고 체화하려 노력했어요. 그러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아마 이런 확신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요. 상황이 때론 어떤 사람이 여러분을 흔들려 해도 절대 흔들리지 마세요. 그냥 믿는 바를 쭉 밀고 나가세요.
“코너만 돌면 네 자리 있다” “마지막 1년만 더 힘내보자” 취업을 못 해 힘들 때 제가 받은 격려와 응원이에요. 오래 준비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제가 받은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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