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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중앙일보 합격 후기
- 신혜연
- 조회 : 18640
- 등록일 : 2019-12-09
안녕하세요. 9기 신혜연입니다.
아래 글은 다음 카페 아랑에 올린 글입니다. 제가 쓴 글이라서가 아니라, 합격글들이니, 그냥 눈으로 읽지 마시고 프린트해서 두고두고 꼼꼼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필사를 했다는 분들도 여럿계셨습니다. 저는 언시 준비를 하면서 수많은 바보같은 글들을 썼지만, 다음 글들은 언론사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인정한 글입니다. 저랑 별개로 그냥 '합격글'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됩니다.
저는 시험 보고 난 후에는 반드시 복기를 했습니다. 면접이든 실무든 필기든 간에요. 냉정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시험날은 놀러가는 날이 아닙니다. 비장한 마음으로 가서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저는 2년 동안은 그냥 놀러다닌 것 같은데, 그러면 수험 생활이 길어집니다 그러지 마세요.(과거의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실 다음 글들 말고도 자료는 더 있습니다. 연락해서 이런저런 자료 필요하다고 요청 하시면 시간 날 때 챙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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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격후기] 2018 중앙일보jtbc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7월부터 언론고시 준비를 시작해 만 3년 만에 기자가 됐습니다. 그동안 헤매기도 많이 헤매고,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줄여드렸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후기는 제가 썼던 필기 합격글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중앙일보 관련 후기는 ‘중앙일보 채용’ 검색하시면 나오는 채용 홈페이지 ‘선배들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http://recruit.joongang.co.kr/html/story/story_01_2018.html ) 저도 여기 쓰여 있는 내용과 <중앙일보jtbc 입사 공식 가이드북>(알라딘 중고서점에 많습니다)에 의존해 전형을 치렀습니다. 저희 회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두 가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①2017년 CBS 필기
당시 논제는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논하시오’였습니다. 보통 수험생들은 ‘개헌의 방향성’(선거법, 기본권 등등)에 초점을 맞춰서 썼는데, 저는 ‘개헌은 필요 없다’고 썼습니다. 스터디원들은 제 필기 복기 내용을 듣고 폭소했습니다. ‘개헌 어떻게 할까?’물었는데 ‘개헌 필요 없거든’이라고 답한 꼴이니 뚱딴지같이 들렸겠죠. 하지만 논제에서 물어본 내용엔 ‘필요성’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오히려 특이하게 각을 잡은 덕분에 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CBS 필기는 800자입니다. 필기시험 직전에 온라인 스팟 스터디를 만들어서 800자 논술 쓰는 연습을 매일 했습니다. 800자 안에 내용 구겨 넣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모든 문장을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CBS는 2016년도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라는, 매우 시사적인 문제를 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논제를 내지 않을까 대충 생각 하고 갔는데 정말 그런 논제가 나왔습니다. 다음은 스터디에서 미리 썼던 논술입니다. 현장에선 이 글보다 훨씬 더 못썼습니다.
[개헌]정치 실종
개헌은 신기루다. 많은 게 바뀌었다고 느끼겠지만,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헌법을 현실로 만드는 건 헌법에 대한 해석이다. 입법, 사법부에서 벌어지는 법률 해석과 정치 논쟁만이 현실을 바꾼다. 정치인들은 판을 뒤집어보려는 노림수로 개헌론을 꺼내든다. 꾸준히 법률을 개정하는 것만이 정치의 정공법이다. ‘한 방’을 바라는 순간 정치는 망가진다.
개헌 필요성은 과장됐다. 불통 대통령은 헌법이 만든 게 아니다. 헌법 조문 어디에도 제왕적 대통령제 규정은 없다. 오히려 헌법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동시에 포용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김종필이 책임총리직을 수행한 바 있다. 헌법 글귀는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다. 나치 정권은 인류사에서 가장 수준 높은 헌법으로 꼽히는 바이마르 헌법 하에서 탄생했다.
개헌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하다. 개헌 화두로 등장하는 논쟁 대부분은 법률개정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30년 간 잠을 자다 2012년에야 빛을 발했다. 정치권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들의 요구가 있고 나서야 경제민주화 조항은 ‘선포’됐다. 기본권, 지방분권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정책 없이는 헌법 조항에 넣고도 무용지물일 게 뻔하다.
개헌은 만능키가 아니다. 현재 가장 완벽한 헌법은 20세기 이후 독립한 구 식민지 국가들의 헌법이다. 이 국민들의 상황은 성문 헌법이 아예 없는 영국 국민들의 현실보다 낫지 않다. 중요한 건 개헌이 아니라 현실 정치다. 명분이 아니라 실리를 챙기려면, 개헌 정치란 ‘블랙홀’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761자
②2018 한겨레 논술
논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사례(사건/현안)를 찾아(복수 선택도 가능) 앞의 명제를 비평하시오(1500자)
블라인드 평등
블라인드 채용은 환상에 대한 착각을 일으킨다. 블라인드라는 말이 무지의 베일을 연상시켜서다. 하지만 존 롤스가 말한 무지의 베일은 결과의 평등을 뜻한다.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은 과정이 공정하면 결과의 평등도 저절로 지켜진다는 전제를 깐다. 과정의 공정성은 결과의 평등과 같지 않다. 최근 교육 공론화위원회에서 올바른 대입 제도를 토론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아무리 공정하게 대입제도를 짜도, 대입제도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그대로라면 정의가 될 수 없다.
기회평등과정공정결과정의 구호는 능력주의 신화의 변형이다. 한국 사회는 과정의 평등에 집착하지만 결과적 평등엔 무심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일반 삼성 직원의 수십 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것은 문제 삼지 않지만, 그의 아들이 영훈중학교에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에는 분개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는 데는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 비리가 큰 역할을 했다. 기회평등과정공정결과정의 구호는 이같은 능력주의 프레임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능력주의 신화는 부정의를 정당화한다. 능력주의 신화에서 말하는 정의는 파레토식 정의다. 강자가 정한 룰에 대해 약자는 동의하거나 거절할 권리밖에 없다. 기득권의 편의에 맞춰진 정의다. 복지국가에서는 정의를 약자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접근한다. 결과적 평등도 과정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긴다. (...기억 안 남...)
정의는 결과의 평등에서 온다. 모든 이의 재산을 균등분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사회 최약자에게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몫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분의 1이 비정규직 혹은 임시직 일자리에 종사한다.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0.1% 미만에 그친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로 확장하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나치게 불공정한 결과로 인해 자유가 손상되는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돼선 안 된다. 촛불집회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형식적 민주주의 이상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결과평등기회공정결과정의란 표어부터 버려야 한다. 평등은 블라인드 너머에 있다.
한겨레는 서류전형이 아예 없습니다. 지원한 모든 사람이 필기를 볼 수 있는데, 필기 합격자는 25명이었습니다. (장원급제 수준이죠^^;;) 제가 필기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의 8할은 논제를 꼼꼼히 읽은 겁니다. 논제에선 문재인 정부가 내건 ‘기회평등과정공정결과정의’를 비평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이 내용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게 기본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점을 놓친 채 사례 중심으로 글을 썼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논제를 잘못 읽어서 기회를 놓친 적이 많습니다. 설마 내가 문제를 잘못 읽겠어? 싶지만, 현장에선 당황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밑줄 치면서 한 자 한 자 꼼꼼히 문제부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②글은 제가 2017년도 하반기에 스터디를 하면서 썼던 글을 현장에서 재가공한 글입니다. 저는 시험 날마다 제가 썼던 글들을 모두 프린트해 갑니다. 그리고 시험 직전까지 꾸준히 읽습니다. 이 글도 오래 전에 썼던 글이지만, 시험 전날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썼던 글의 주제는 ‘블라인드 채용’이었고, 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무지의 베일과 블라인드
블라인드. 모든 배경을 가린 채 오로지 능력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새 정부 정책이다. 이름에서부터 공정성의 대명사인 ‘무지의 베일’을 연상 시킨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은 무지의 베일과 거리가 멀다.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대 혜택을 보장하는 무지의 베일은 결과의 평등을 추구한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은 과정의 공평성을 강조할 뿐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선 침묵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 공기업 일자리를 공평하게 나눠 갖는 데 의의를 둔다. 전체 일자리의 5%도 안 되는 자리다. 여기서 밀려난 대다수 청년들은 불안정 노동시장을 전전해야 한다. 결과의 평등 없이는 과정의 평등도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정의 사회 구현’이란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블라인드 채용은 능력주의의 변형이다. 능력주의에서는 학벌, 외모, 집안, 연고에 관계없이 본인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취업준비생들이 블라인드 채용에 80% 이상의 찬성 여론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소위 ‘명문대’ 출신에 고스펙을 갖춘 극소수 취업 준비생을 제외하고는 자신에게 돌아올 기회가 더 커졌다고 믿을 것이다. 능력주의가 ‘개천용 신화’로 이어지는 맥락이다. 계층 이동에 대한 열망이 만든 신화다. 사법시험이 대표적이다. 작년 사법시험에서 SKY 출신 합격자 비율은 30%에 이른다. 전국 200개 대학 중 단 3군데 학교에서 나온 성과다. 능력주의는 평등이 아니다. 가난한 연습생이 슈퍼스타 K에 등극한다고 해서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무한 경쟁 구조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공기업 채용 과정이 공정해진다고 해서 취업시장 전반의 임금격차가 정당해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의 평등 없이 과정의 평등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수능시험에 EBS교재를 도입하면서 ‘공정경쟁’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EBS 교재를 사용한 사교육이 횡행했다. 명문대를 정점에 둔 치열한 입시경쟁이 있는 한 공정경쟁은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정부는 2007년부터 직무연광성을 높이겠다며 직무적성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출신지, 학력보다는 직무 적합성을 드러내는 자기소개서와 직무적성평가가 당락을 가르게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취업시장에서는 자기소개 컨설팅과 직무적성평가 대비 전문 강좌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높은 기대와는 별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은 계속 쌓을 것’이라고 말하는 취업준비생도 60%에 달했다.
공정성은 결과의 평등에서 온다. 이중 노동시장 구조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취업준비생들에게 평등한 시작을 보장하는 방법은 노동시장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OECD는 2016년 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하고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에서 시간제, 기간제, 하청, 파견, 용역,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종 일자리는 전체 1200만 개 일자리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사회 초년생들에게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하고자 했지만, 소수의 좋은 직장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블라인드 채용은 능력주의 신화를 재생산해 공정성에 대한 개념을 ‘가리는’ 역할을 할 확률이 크다. 공정한 사회를 늦추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는 재고해야 한다. 무지의 베일은 블라인드 밖에 있다.
이 글에서 자잘한 디테일들 (설문조사 결과나 정부 정책 등)은 버릴 부분이지만, 글의 전반적인 문제의식(평등이란 무엇인가..)은 충분히 다시 쓸 만한 내용이겠죠. 디테일도, 문제의식도 둘 다 중요합니다. 디테일은 신문 기사로, 문제의식은 독서로 꾸준히 채워나가는 것이 정도(正道)입니다.
③ 2017년 국민일보 필기
논제: ‘moonshine policy(달빛정책)’에 대해 논하라.
달빛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과거 김대중 정권의 ‘햇볕 정책(sunshine policy)’에 빗댄 겁니다. 당시 논제 주제가 생소하고, 별다른 설명도 주어지지 않아서 많은 수험생들이 헤맸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대학원 교수님과 사담(私談)을 나누다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주워들어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대북문제 관련 입장을 정리해 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17년 하반기를 앞두고 추석 스팟 스터디 때 썼던 글입니다.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 퇴고]
1922년 아일랜드 독립 이후 영국 부속으로 남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골칫거리였다. 거친 무장 투쟁으로 사상자도 수천 명 발생했다. 상황을 종식시킨 건 블레어 총리 때였다. 그는 국가 원수 최초로 1840년 대기근으로 아일랜드인 120만 명이 아사한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책임을 인정한 덕에, 결국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인도적 지원은 한국에 통일의 명분과 실리를 가져다 줄 방법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는 남북통일의 강력한 명분이다. 한국 헌법에서는 한국의 통치권역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 역시도 한국 정부의 통치 대상이란 뜻이다. 이북5도청까지 마련해 놓고 세계 최하위 수준의 영아 사망률, 산모 사망률을 못 본 척하는 건 명분이 없다. 중국은 대북교역량 비중 90%를 차지한다.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는 지점은 한민족이라는 역사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 없이는 통일의 실리를 챙기지도 못한다. 사회적 통합은 남북통일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뭄과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 건, 향후 남북 간 감정의 골로 남을 수 있다. 차후 통일비용으로 전과될 요인들이다. 당장 한국이 4차 북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을 끊은 사이에도 선진국들은 세계기구를 통해 꾸준히 인도적 지원을 해 왔다. 이번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도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는 건 아니’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국도 작년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개별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키면서도 민간 지원은 되레 확대시켰다. 이런 국가들과 비교되면 남북 주민들 간 통합을 망칠 수 있다.
통일은 한국 정부 제 1의 과제다. 북핵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속에서도 통일 구상을 놓아선 안 된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만큼은 꾸준히 해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권’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 블레어 총리가 굳이 100년도 전에 일어난 대기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건 북아일랜드를 포섭하기 위한 행보였다. 무장 투쟁을 하는 다른 민족에게도 사과하는데, 한민족에게 의료용구를 안 보낼 이유가 없다. 그동안 대북지원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한 사과부터 할 일이다.
1247자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에 전례 없던 인도적 지원에 나선 시점이었습니다. 이 논란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국민일보 필기 때 이 글 내용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글의 첫 문장은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다. 빛을 반사시킬 뿐이다.”였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끌어와서 쓴 건데, 태양이 항상 빛을 내뿜는다면, 달은 상대방의 처신에 따라 차갑게도, 따뜻하게도 변한다고 비유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적인 대북제재엔 적극 공조해야 하지만 ‘유연한’ 자세를 확보하면서 대화국면을 열어두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이 그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1500자 논술을 손으로 꼭꼭 눌러쓰느라 땀을 뺐던 기억이 나네요. 미리 써둔 내용이 없었다면 필기합격은 좀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④2017년 뉴시스 필기 (작문) 합격글
당시 작문의 주제는 ‘무제’(주제 없음)였습니다. 당황스럽죠? 이럴 땐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됩니다. 단,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언론사 입사 고사실이란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언론사 입사 지망생인 내가 가장 진실 되게 쓸 수 있는 글이 뭘까요? 당연히 어떤 언론인이 되겠다 이런 내용이 아닐까요? 저는 ‘자율형’ 논제일 경우엔 늘 언론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언론을 전공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일 관심이 큰 분야니까 쉽게 써지더라고요. ‘나는 왜 이 언론사에 지원했고, 나는 어떤 언론인이 되려고 하는가’를 뻔하지 않게 자료조사 탄탄히 해서 준비해 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참고로 2018년도 시사IN 논술 주제는 ‘자신이 최근 6개월 간 읽은 책 중 한 권을 골라서 해당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라’였습니다. 사실상 자유주제죠. 저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을 꼽았습니다. 이 책이 제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책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기로 한 건, 제가 지금 시험 치러 온 곳이 시사주간지이고, 내가 왜 이 디지털시대에 시사주간지 기자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 소개글의 제목은 “내가 시사IN 지원을 망설인 이유”로 잡았습니다. 21세기에도 시사주간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중심으로 내가 결국 시사인에 지원한 이유를 차분히 풀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논제 의도를 정확히 맞춘 글이었다고 합니다.
뉴시스 필기에서 저는 2017년 서울신문 대비 온라인 스팟스터디 때 썼던 글을 조금 변형했습니다.(이쯤에서 들통 났겠지만 저는 온라인 스팟 스터디를 정말 애용했습니다. 매번 모집하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필기 합격률이 훨씬 올라갔습니다.) 작문에 어울리게, 글 끝부분은 “그래서 나는 뉴시스에서 사실관계 잘 따지는 기자가 되고 싶다”이런 식으로 고쳤습니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썼단 점에서 작문으로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SNS를 타고 넘쳐나는 페이크 뉴스 홍수 시대에 요구되는 기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인구가 5만 명 정도 되는 마케도니아의 한 마을에서 100개가 넘는 미국 대선 관련 사이트가 운영됐다. 알고 보니 가짜 뉴스로 트래픽 수익을 노린 10대들이 주범이었다. 힐러리가 IS의 돈을 받는 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제목을 달고,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붙여 넣었다. 이들은 BBC 인터뷰에서 “돈만 벌면 되지 미국 대선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가짜 뉴스 트래픽으로 이들은 마케도니아인 월평균 수입의 5배를 벌어들였다.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친 이 10대들은 언론인일까?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다.’ 언론학자 빌 코바치의 말이다. 사실 확인이 없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다. 저널리즘은 사실에 대한 집착이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 전하는 건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미국 객관저널리즘 전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복수 취재원을 통해 검증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전설적인 백악관 기자 헬렌 토마스가 “무례한 질문은 없다”며 질문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일삼자 미국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실시간 팩트 체크를 시작한 것도 언론의 역할이 사실 확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상업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실 확인 추구라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놓치고 있다. 한국에는 인구 2300명 당 1명의 기자가 있지만, 취재를 하는 기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트래픽을 궁리한다. ‘낚시성’ 제목을 고민하고, 온라인 이슈를 살피며 사실 없는 뉴스를 쏟아낸다. 언론사에서도 ‘뉴스 소비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기자들을 현장에 내보내는 것을 꺼린다. 온라인에서 많이 읽히기만 하면 사실 검증이 얼마나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가짜 뉴스는 언론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뉴스를 파는 공장이 될 것인지, 사회의 공기(公器)가 될 것인지 택할 순간이다. 언론으로 남기를 택했다면 적극적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기사 쓰는 행위를 멈추는 게 우선이다. 타 언론사 보도를 전문 인용해 쓰는 어뷰징 기사, 취재원이 불분명한 추측성 기사, 네티즌이 쏟아내는 소문을 옮겨 적는 소문 확산형 기사, 정부에서 내보내는 보도자료를 확인도 않고 베껴 쓰는 발표저널리즘은 사실상 가짜 뉴스의 일종이다. 마케도니아 10대들과 언론의 유일한 차이점은 사실 추구 여부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⑤2018 한겨레 작문 복기
작제: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올리버 색스는 희귀암으로 인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자전적 에세이에서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고"고 자신의 인생을 평가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위처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한 뒤 그에 대한 해설을 쓰시오(1200자 안팎)
좋은 작문은 글쓴이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신문 기사에 나온 시사적인 내용들과 이어붙이는 식으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이 작문에선 2016년 온라인 스터디에서 ‘술’이란 작제로 썼던 글을 조금 변형해 썼습니다. 제 삶을 요약하는 문장은 “취해있지만, 동시에 깨어있었던 사람”으로 했습니다.
[작문] 술
술 권하는 사회와 지식인
<굽은 거울>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극작가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의 첫 단편 소설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나’는 아내와 함께 조부모의 낡은 집을 방문했다가 굽은 모양의 거울을 발견한다. 이 거울을 본 아내는 돌연 쓰러진다. 굽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 이후로 아내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거울만 바라보며 평생을 보낸다.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는 아내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행복이 스며있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체호프는 이 소설을 통해 왜곡된 현실 인식이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마취된 상태에서 쉽게 행복을 느낀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이 감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지옥도 눈을 가늘게 뜨고 사선으로 바라보면 천국으로 착각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현실이 각박하면 인간은 더 강렬하게 마취재를 찾는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인들, 지식인들이 술에 취해 살아간 까닭도 그 때문이다. 현진권은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에 의존하는 식민지 지식인을 그렸고, 황석영도 자전적 소설인 <개밥바라기별>에서 중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억압적인 학교와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분출했다고 서술한다.
마취는 때로 생존 전략이다. 지난여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좀비로 변하는 상황이 나온다. 살아남은 이들은 좀비 떼로부터 도망 다니며 내내 두려움에 떤다. 반면 좀비가 된 이들은 자신이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한 가지 목표(생존자 사냥)만 바라보며 꿋꿋이 돌진할 뿐이다. 옳은 일(인류 구출)을 하는 건 살아있는 사람들이지만, 대세는 좀비 떼다. 물신주의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외롭게 생명의 가치를 외치는 이,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을 외치는 이들의 처지가 이렇지 않을까. 모두가 좀비가 된 상황에서 끝까지 ‘깨어있기’를 고집하는 건 맨 정신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차라리 좀비에게 물려버리는 게 마음이 편할 판이다.
문제는 마취 상태가 진정한 행복과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체호프의 소설 속 ‘아내’는 행복했을까?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젊은 체호프는 소설 속에 자신의 견해를 심어뒀다. 소설 속 ‘나’는 굽은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 평생 거울을 바라보며 살았다던) 증조할머니의 삶은 불행했어.” 예술가들이 힘든 현실을 잊으려 술을 찾았을지라도 현실과 끝내 괴리되지 않았다. 오늘날 예술인들을 평가할 때도, 시대를 담아낸 이가 그렇지 못한 이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유미주의자, 청록파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은 박목월의 시를 재평가했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는 시 구절은 아름다운 문장일지 몰라도 사실은 아니다. 밥 구하기도 어렵던 식민지 조선에서 쌀로 술을 빚는 일은 언감생심 이었을 테니 말이다.
깨어 있어야 현실을 볼 수 있다. 니체는 예술을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며, 환락과 몽환을 의미한다. 아폴론은 형식미와 지성을 대표하는 신이다. 예술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는 뜻이다. 니체는 “모든 예술인은 철학자고, 모든 철학자는 예술인”이라는 말을 남겼으니, 모든 지성인들에게 적정한 ‘각성’을 촉구했다고 볼 수 있다. 술에 취할 수는 있어도 쉽게 좀비가 되어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예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aesthetics’는 마취시키다란 뜻의 ‘esthetics’에 부정어 ‘a’를 합친 말이다. 마취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게 하는 게 예술이다. 사회가 아무리 술을 권해도, 지식인은 깨어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 부산행 영화 같은 가벼운 예시와, 니체와 디오니소스 이런 현학적인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대신 제가 살면서 ‘깨어있는 게 값지다’고 느낀 실제 경험을 넣었습니다. 저는 학보사 기자 시절에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황유미씨의 아버지를 속초에서 뵌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는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금기’였지만, 이제는 정식으로 산업재해 인정도 받고 사회적 보상절차도 이뤄지고 있는 걸 보면서 사필귀정이란 점을 느꼈습니다. 이런 내용을 짧게 넣었습니다.
⑥2018 조선일보 필기 합격글
논제: (스포츠선수, 예술가들에 대한) 병역 특례에 본인의 찬반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시오. (1000자)
깨진 합의
정의는 합의다. 절대선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토론 끝에 구현해 낸 결과물에 가깝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고, 텍스트는 콘텍스트를 떠나 해석될 수 없는 법이다.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는 대개 공동체 내 합의가 깨졌을 때다. 최근 병역특례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군면제는 늘 시한폭탄이다. 의무경찰, 의무소방 같은 직종도 종종 공정성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군대를 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병역문제는 현대 국가에서 합의가 가장 필요한 영역이다. 근대국가 자체가 합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 안전을 지키고 싶은 개인은 국가와 계약을 맺었다. 국가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국가가 운명이란 식의 국가관이 만연하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란 인식보다는, 국가 자체를 ‘목적’이라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개인주의화되는 국민 인식과 격차가 생기는 지점이다.
병역 특례 논쟁은 국가관의 충돌이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군대는 물리력을 독점한 집단이다. 현대 사회에서 폭력 행위가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유일한 대상은 국가뿐이다. 군대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군대는 시민의 동의하에서만 이뤄진다. 한국에서 그동안 군대는 ‘국민이라면 강제로 짊어져야 할’ 의무처럼 받아들여졌다. 국가가 국민보다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반발 없이 통용되던 논리다. 국가 성장이 곧 국민성장이라는 식의 ‘국가주의 담론’이 우세했다. 오늘날엔 다르다.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대신 형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군역이라는 ‘개인적 손해’를 피해가는 특권계층에 대한 비난이 높은 이유다.
되살려야 하는 건 국가관에 대한 합의다. 병역을 면제하는 게 ‘특혜’로 인식되는 현 상황은 국가 합의가 깨진 상황이라 봐야 한다. 국가관에 대한 합의가 바뀌지 않는다면, 병역 특례제도에 대한 국민투표를 벌인다고 해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개인 자유에 대한 존중이다.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은 ‘징집’하는 대상일 수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은 사회계약론을 지지했지만, 어디까지나 국가를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여겼다.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현행 징병제도는 국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정전국가란 특수성이 있다지만, 특수성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놔둬야 할 어떤 정당성도 없다. 전쟁 중이라고 인권을 유예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인권학자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 보장을 담보로 인권탄압을 정당화하는 걸 두고 ‘인질극’에 비유한다. 본래 사회계약론은 국가와 국민 간의 동등한 계약을 전재로 하지만, 한 명의 개인은 국가보다 열세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병역은 국민으로 남고 싶다면 2년간 자유로운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강제계약과도 같다. 국가가 자율계약이란 사상에 기반한다면, 징병제는 모병제로 전환하는 게 맞다. 과거 그리스에서는 무기를 가진 시민들에게만 전투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졌다. 그만큼 병역은 명예로운 자격이다. 오늘날 한국에선 이 같은 자율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의무이자 강요로 여겨질 뿐이다.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군대 차원에서도 징집 인원 확보를 위한 처우개선이 이러질 수 있다. 병역 특혜논란도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애초에 국위선양의 대가로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 최고의 국위선양은 병역이다. 이런 관념이 서려면, 국가와 국민이 갑을관계라는 식의 국가관부터 바꿔야 한다. 병역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일 때, 병역 면제가 ‘특례’가 아니게 된다.
이 논제는 기존 스터디에서 썼던 글이 있어서 현장에선 조금 다듬어서 냈습니다. (분량은 1000자 내외로 확 줄였습니다.) 2018년도 하반기에는 필기합격률이 높았는데, 비결은 역시 다작(多作)이었습니다. 올해 8월 인턴생활을 마치고 백수가 됐습니다. 날마다 국회도서관에 출근해 하루 종일 책을 읽고 한 편 이상씩 글을 썼습니다. 병역특례 논란은 당시 굉장히 이슈였기 때문에 온라인스터디에서 한 번 이미 쓴 상태였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늘리시면 질 높은 다작이 가능합니다.
“병역특례 논란에서 핵심은 ‘병역’에 대한 합의이고, 대체복무제 등 병역 이행 수단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글의 논지입니다. 논술은 논리를 보기 위한 글이라고들 하더라고요. 논조에 너무 신경 쓰기 보단 논리를 다듬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작문은 ‘나는 공시생이다’가 나왔는데, 너무 뻔하게(공시생 불쌍해ㅜㅜ)만 쓰지 않으면 괜찮았을 듯싶습니다. 저는 ‘공시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가족(사람)이 먼저다’이런 내용을 썼습니다.(얘도 뻔하긴 하네요^^;;) 시험 친 때가 추석을 앞둔 때였는데, 제가 취업 준비하느라 친척들 못 본지가 꽤 됐거든요.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서 썼습니다.
⑦ 2018 중앙일보 필기/ 작문/ 실무기사 (이 글은 아랑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1) 작문
기존에 썼던 작문은 ‘아이돌’을 주제로 한 글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당시 ‘핫’해서, 나올 수 있단 생각으로 써봤습니다. 중앙일보 작문은 그림이 제시됐는데, 저는 여성이 눈을 가린 채 깃발 들고 있는 그림을 택했습니다. 그 사람이 ‘승리의 여신’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기본적인 글 흐름은 똑같이 쓰고, 끝부분에만 ‘승리의 여신은 화려해보이지만, 잘 보면 깃발은 천 쪼가리고 입은 옷도 추레하다. 성공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것이다. 당신의 본질을 가리는 안대는 무엇인가’이런 식으로 덧붙였습니다. 사실 시험에서 작문이 뭐가 나올지 예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제시어들을 갈고 닦아 나만의 글을 만들어 두시면 시험장에서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idology
#별
세바스티앙 브라는 스스로 별을 뗐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가 달아준 별이었다. 그의 레스토랑 '르 쉬케'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자진 삭제된 첫 번째 레스토랑이 됐다. 처음 3스타에 오른 지 18년 만이었다.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 3스타란 명성은 그를 짓눌렀다. 브라는 동료 셰프 베르나르 루아조를 떠올렸다. 루아조는 자신의 식당 평점이 강등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하늘의 별이 됐다. "미슐랭에 구애받지 않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 브라가 남긴 각오다.
#상
강수진은 상을 잊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였다. 10년 간 ‘14번 백조’ 역할을 하며 숨죽여 지내던 그녀는 어렵게 세계무대에서 빛을 봤다. 그렇게 받은 상은 정작 시상식장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내게 중요한 건 춤이지, 상이 아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인 그녀는 발이 다 뒤틀어지도록 뛰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굴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춤을 추는 자신이 좋았기에 날마다 기쁘게 눈을 떴다.
#순위
번듯한 기획사도 아니었다. 큰 가수가 되려면 대형 기획사에 가야 한다고들 했다. 국내 차트 10위권에 들려면 ‘빠방한’ 기획사가 밀어줘야 한다는데. 십년 정도 연습생 생활 ‘빡세게’하면 월드 스타가 될 지도 몰랐다. 그러지 않기도 했다. 내가 쓴 노래로 사람들과 만나는 게 좋았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부딪혀 보기로 했다.
#idology
그렇게 그들은 최고가 됐다. ‘최고에 집착하면 최고가 되지 못한다.’ idol 이론이다. 별점에 신경쓰는 셰프, 상에 매달리는 무용수, 국내 차트만 바라보는 가수에게서는 예술이 나오지 않는다. 당신의 본질을 가리는 안대는 무엇인가?
작문을 쓸 때 개인적으로 관건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나만의 글’을 만든다는 겁니다. 사람이 각기 특별하듯이, 글도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작문은 남의 생각을 베끼지 마세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쓴 글은 십중팔구 지루합니다. 합격을 위해선, 부족한 생각이더라도 진심을 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자는 보이는 것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기자입니다. 회사원보다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글에 녹였습니다.
(2)논술
한국 사회 신뢰회복 방안을 묻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글을 두 가지 글을 합쳐서 썼습니다.
글1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술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에 대해 논하라(제시어:비트코인/병역 특례/교육 중 1개 이상 포함)
600년 전 북아프리카에 살던 역사가 이븐 할둔은 <역사서설>에서 아싸비야 이론을 제시했다. 아싸비야는 어떤 집단 내부에서 형성되는 유대감과 연대 의식, 집단의식을 뜻한다. 이븐 할둔은 아싸비야가 혈연에서 나온다고 말했는데, 이 혈연은 넓게 보면 공동체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흔히 ‘민족공동체’로 상정되는 애국심이나 내집단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아싸비야의 실종이다. 유대감 없는 사회 공동체는 와해되고 해체된다. 배려와 협동, 협력의 가치를 잊은 사회엔 정의가 없다. 아싸비야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투기 열풍은 아싸비야 해체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청년들은 비트코인에 열광했다. ‘우리세대 마지막 역전 찬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청년 세대의 행동에 혀를 차는 기성세대는, 부동산 시장으로 향한다.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을 동시에 달성할 부동산은 수십 년 째지지 않는 블루칩이다. 비트코인 하는 청년들은 말한다. ‘부동산이 1부 리그라면, 비트코인은 2부다.’ 진입장벽이 낮은 ‘평등한 판’이라는 주장이다. 전형적인 투기 사회의 모습이다. 투기는 실물경제에 활력을 주는 투자와는 다르다. 투기는 패자의 돈을 승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내가 번 돈은 다른 투자자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다. 죄책감 없이 투기에 열중하는 사회에 아싸비야는 없다.
투기 사회의 근본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있다. 한국 사회는 날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사회 성장 과실이 골고루 배분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경제 과실에서 자신은 소외되고 있단 박탈감이 심하다. 1990년부터 2013년 사이 한국의 실제 중산층 가구 비율은 75%에서 67%로 살짝 줄었다. 하지만 주관적 지표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에 60~80%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답한데 반해 90년대 중반엔 40%만, 2013년엔 20%만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경제성장률은 껑충 뛰었지만, 자산격차와 임금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소득집중도는 1990년도엔 상위 10%가 전체 재산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2013년엔 상위 10%가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를 버는 저임금노동자도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나 된다.
아싸비야는 경제적 평등에서 나온다. 경제적 격차가 큰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생기기 어렵고, 이런 상황은 곧 사회 정의에 대한 논의를 힘들게 만든다. 인류 역사에서 민족국가가 등장한 건 중세시대 이후였다. 중세의 봉건영주와 농노들은 서로를 같은 민족이라 여기지 않았다. 조선의 선비와 노예가 공동체의식을 느끼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공동체의식은 평등이 전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경제적 지위가 시민권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빈부격차가 심하다면 부자가 로비로 정치를 사는 ‘금권정치’가 도래할 수도 있다. 아싸비야는 평등한 사회, 특히나 경제적 평등이 지켜진 사회에서만 발현될 수 있다.
아싸비야가 없는 사회에는 정의도 없다. 한국 사회에서 아싸비야를 되살리는 가장 중요한 방안은 청년세대의 출발선을 재조정하는 일이다. 존 롤즈가 <정의론>에서 가정한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조건은 기회의 평등이었다. 구성원들이 출발선부터 달라서는 안 된단 뜻이다. 18세기 학자 토머스 페인은 기초자본을 생각해냈다. 성인이 되는 청년들에게 사회가 동등하게 자산을 쥐어줘야 한단 이론이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서다. 최근 논의되는 청년배당이나 기본소득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바라는 사회상에 대해 물었더니 청년 세대 1위 답변이 ‘리셋. 새로운 시작’이었다. 한국 사회의 정부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로 조사되는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 유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글2
멜로스 되기
투키디데스의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는 약소국 멜로스가 등장한다. 아테네는 멜로스가 중립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다른 강대국인 스파르타와 가까이 지내는 걸 ‘배신’으로 여겼다. 단죄를 위해 멜로스에 쳐들어간다. 아테네는 중립을 말하는 멜로스에 이렇게 말한다. “공정함을 바탕으로 한 정의는 오로지 평등한 자들 간에만 성립한다”는 것. 공정함에 뿌리를 둔 정의가 통하지 않으니, 힘에 의한 정의를 인정하라는 협박이다. 복종을 거부한 멜로스는 결국 아테네에 멸망당한다.
외교 관계는 정의를 둘러싼 전쟁이다. 정의는 두 부류다. 강대국의 힘에 의한 정의와 평화와 평등에 기반한 정의다. 전자에 해당하는 ‘힘의 균형’은 오랜 국제정치 이론이다. 애초에 그리스에서 정의(dike)는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절대 가치라기 보단 일종의 상황논리인 셈이다. 이런 식의 ‘정의론’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차 대전 승전국들은 합법적으로 핵을 소유하고, 국제기구에서 절대적 비토권을 갖는다. 이 상황에서 약소국의 운명은 하나다. 강대국 한편에 붙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의는 전쟁을 촉발하는 매개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불평등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두려움’이란 감정을 만든다. 강자들은 약자들의 복수심이 두렵고, 강대국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다른 국가들이 두렵다.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는 한 두려움은 끝까지 남아 전쟁을 촉발하는 매개가 된다.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냉전 이후 힘을 얻게 된 공공외교 이론을 참고 할만하다. 문화관계에 뿌리를 둔 이 이론은 태생부터 소통을 강조한다. 다른 문명 및 문화 간 차이를 없애고 상호협력을 기반으로 국제 균형을 잡아나가는 방식이다. 20세기만 해도 소용이 없었겠지만, 정보통신이 극도로 발달한 지구촌 사회에서 문화를 중심으로 한 외교영역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양극간 권력다툼을 유발하는 식의 구도보다는, 민간과 제3국의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점에서 충돌을 피할 방안이 될 수 있다. ‘패권 다툼->두려움->동맹국들의 진영 정렬로 인한 패권 다툼’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리를 끊을 유일한 방법이다.
정의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한다. 강대국 질서를 깨는 새로운 외교가 필요하다. “인간사가 불평등한 정치적 사회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한,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투키디데스는 사회 구조가 인간 본성을 만든다고 봤다. 강대국이 세력을 다투는 경쟁 사회에선 국가들이 권력을 따라 줄을 서는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인권과 평화를 강조하는 국제질서 하에서는 각 국가들이 함부로 전쟁을 벌이지 못한다. ‘상황논리’에 기댄 정의dike는 ‘정의’를 새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동양의 작은 국가인 한국과 북한이 강대국들과 순차적으로 협상을 벌이면서 냉전 고리를 깨고 있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기원전 400년에 멜로스가 아테네에 굴복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당장 복속 당하진 않았겠지만, 중립을 지키지 못한 멜로스는 다른 도시국가들처럼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세력다툼 속에서 소멸해 갔을 것이다. 한국은 멜로스와 같은 입장이지만, 다른 상황에 있다. 끝까지 멜로스로 남아있어야 한다.
1622자
글1에서는 아싸비야 내용을 가져와서 공동체가 정의의 근본이란 점을 강조했고, 글2에서는 ‘DIKE’의 정의를 가져왔습니다. 신뢰회복을 하려면 공동체 내 정의가 바로서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선 그동안 강자들의 정의만 지켜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하고 비트코인 투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몫을 가로챌 생각만 하는 거다. 신뢰회복하려면 공동체 내에서 정의에 대한 합의가 다시 이뤄져야하는데, 그러려면 약자들에게도 정당한 몫을 주는 존 롤스식 정의가 필요하다(한겨레 논술이랑 비슷하죠ㅎㅎ) 이런 식으로 썼습니다. 글 제목은 ‘DIKE에서 JUSTICE로’ 였고요.
(3)실무 기사
주제는 광화문이었습니다.
[르포] 도심 속 쉼터, 못 쉬는 사람들
카페, 지하 매장 등 도시 쉼터
앉은 손님은 ‘쉼’ 서 있는 직원은 ‘버팀’
잠깐이라도 앉을 시간 필요해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건물 2층에 위치한 ‘헬라스 커피’는 한산했다. 10평 남짓한 카페를 독차지한 남성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았다.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오수현(34)씨도 초록색 우유 박스에 엉덩이를 붙였다.
최근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 속에서 ‘쉼의 공간’으로 꼽히는 카페 등의 장소에서 일하는 이들의 상황은 어떨까. 기자가 직접 광화문 일대를 돌며 확인한 결과, 앉을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사례 속 오 씨는 카페 아르바이트 노동자(알바)다. 40센티미터 가량의 그물모양 플라스틱 박스가 오 씨의 오전 쉼터다. 아침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카페를 지키는 사람이 오 씨 한 명 뿐이다. 두 평 남짓한 직원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천장에 있는 물건을 집기 위해 가져다 둔 발 받침대는 그렇게 오 씨의 ‘의자’가 됐다.
광화문역 교보문고는 시민들의 대표적인 쉼터다. 이날도 긴 의자에 나열해 앉은 채 책 읽기에 몰두한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점과 함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매장을 지키는 핫트랙스 점원들에게 광화문역은 ‘쉼’이 아니라 ‘쉴 수 없는’ 공간이다. 핫트랙스 가방 매장에서 일하는 김은미(20,가명)씨는 하루에 7시간을 서서 보낸다. 4평 남짓한 매장에는 간이의자는커녕 걸터앉을 곳도 없다. 너무 힘들 땐 ‘핫트랙스’라고 적힌 앞치마를 벗고 잠시 ‘산책’에 나선다. 교보문고 의자에 손님인 척 앉아 있다가 돌아오는 식이다. 핫트랙스에는 김 씨처럼 5평 남짓한 매장을 선 채로 지키는 점원이 스무 명 가까이 된다.
잠깐의 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 ‘커피티쳐’에는 계산대 뒤쪽에도 의자가 있다. 알바 김문경(29)씨는 “1시간에도 5번 정도는 앉았다 일어서는 것 같다.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고 말했다. “주말에 손님이 많아 선 채로 일하게 될 때면,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고도 했다. 광화문 할리스점과 투썸플레이스(투썸)에서 동시에 일하는 임혜원(23)씨도 같은 입장이다. 할리스 매장은 계산대 쪽에 간이의자가 마련돼 있고, 두 평 남짓이지만 직원휴게실도 있다. 반면 투썸은 근무시간 내내 앉는 게 금지된다. “점장이 CCTV로 지켜보고 있다가 전화를 한 적도 있어요.” 임 씨는 “오후에 투썸에 가면 다리가 너무 아파 스트레칭을 하며 버틴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쉼의 공간은 누군가에게 버팀의 공간이 된다. 이 간극을 메울 ‘앉을 권리’ 보장법은 1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신혜연 기자
이 실무 기사 관련한 설명은 ‘중앙일보 채용’ 페이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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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에 후기를 올리고 나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장 메일을 첨부합니다 .
책에 관한 질문을 주셨는데 매우 좋은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핵심만 말씀드리면
1. 민주주의 자본주의 대북정책 언론윤리 등 핵심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민주주의 자본주의 대북정책 언론윤리 등을 검색해보시거나 신문 칼럼에 자주 인용되는 책들을 먼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핵심 개념을 파는 책을 고르세요. 학문적으로 논쟁이 되는 대목은 현실 세계에서도 논쟁 거리가 됩니다. 예컨대 최근 한겨레 필기에 출제된 청와대 국민청원 논제의 경우 대의민주주의의 개념 엘리트 정치에 대한 생각 등 민주주의는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묻는 논제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선대 학자들이 고민한 수많은 흔적들이 있으니 참고하셔서 본인만의 논리를 만드셨다면 도움이 됐겠죠? 경제도 52시간 근무나 최저임금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논제가 나와도 결국엔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등 학문적으로 본질 개념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고민 없이 여야에서 논의하는 현실적인 법안만 다룬 글이라면 다소 깊이가 떨어질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굳이 시간 들여서 책을 읽으시라고 제안 드리는 겁니다. 언론 논제나 대북 문제 등도 마찬가집니다.
2. 강준만 유시민 김만권씨 책을 추천합니다.
글쟁이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는단 겁니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잘 요약해서 이런 논의를 토대로 자기 주장을 합니다. 이들이 논쟁을 끌어가는 방식만 잘 따라가도 내가 어떤 분야의 책을 더 읽어야 할지가 명확해집니다. 이 외에도 권석천의 <정의를 부탁해>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등 언론인들의 칼럼을 묶어 둔 책들은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3. 해당 사안을 취재한다고 생각하고 자료수집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나 우버가 문제가 돼서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합니다. 이를 리포팅해야한다면 어떤 기사를 내보낼 건가요? 해당 사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보겠죠? 그런 전문가들은 그럼 어디서 구할까요? 가장 생각하기 쉬운 게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해당 업계의 CEO일겁니다. 그럼 시험 준비생은 이들이 쓴 책과 논문 혹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해외사례를 찾아봅니다. 이는 실제로 기자들이 리포팅하거나 기사를 쓸 때도 하는 기초적인 자료조사입니다.
단 준비생 입장에서 이슈 정리를 할 땐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는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건사고(산불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나 연예인들의 이슈는 포털에서 아무리 많이 팔려도 언론사 시험 준비생에겐 시간 투자할 가치가 없는 이슈입니다. 그래서 이슈 팔로우를 할 때도 시사주간지 기자라고 생각하고 사안에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책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사인을 매주 구독할 것을 권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준비생 시절 사안의 양면성을 모두 짚어주는 긴 호흡의 기사를 읽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
4. 여력이 된다면 독서스터디도 강력추천합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읽으면 좋은 책은 무한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독서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매주 주제를 선정해 각자 다른 책을 한페이지씩 정리해 공유하는 등 독서 내용을 최대한 공유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또 궁금한 점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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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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