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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KBS 합격 후기
- 손준수
- 조회 : 16136
- 등록일 : 2020-03-26
언시 후기
1. 시작과 배경
부끄러운 제 과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정말 공부를 못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고 점수에 맞춰서 살게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정말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시사 이슈에 관심이 많고 말하고 글 쓰는 게 좋아서 막연히 기자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또 봤지만, 실패하고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제대한 뒤 기자의 꿈을 버릴 수 없어서 수능을 다시 봤습니다. 25살에 신입생이 된다는 기쁨이 너무 앞서버렸는지... 국밥처럼 말아먹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신문방송학과가 있는 지방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학교생활에 실망해서 바꿔보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돈만 날리고 실패했습니다. 대신 수업도 열심히 듣고 학교 밖에서 이것저것 많이 활동했습니다. 이렇게 주저리 적어놓은 것은 ‘블라인드’ 채용을 해주신 KBS에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작은 간단하게 제 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늦깎이 신입생이었고, 회사에서 늦게 들어온 신입사원입니다.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들어갔으니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겠죠...(회사가 채용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저도 후배가 많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2. 언론사 응시 경험
저는 2014년 11월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언론사 공부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첫 시험응시는 2015년 9월 대전MBC 서류 합격으로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것은 2017년 7월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2016년에 세저리에 입학해서 기초를 다지고 2학기를 마친 순간부터 필기합격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서류는 100번도 넘게 지원했고, 필기합격은 14곳을 합격했습니다. 특히 방송사는 SBS와 MBN, YTN을 제외하고 모두 필기시험 합격했습니다. 이곳들은 서류부터 탈락하더라고요.
가장 인상에 깊었던 시험은 MBC 시험이었습니다. 1584명의 응시생을 뚫고 소수의 필기 시험 합격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4차 면접에 광탈했지만, 이때부터 필기는 무조건 붙고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는 운도 작용했다면, 이때부터는 오로지 실력으로 합격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필기 합격’이 가장 급한 언시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모든 내용이 여기서 시작된다고 보셔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입니다. 다른 말로는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작입니다. 저는 기자, PD 등 언론인은 무조건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쉬운데 기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자세한 것은 뒤에서 풀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NEWS’입니다. 뉴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것들’입니다. 언론인이라면, 시청자와 구독자 등 수용자에게 새로운 것을 전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현직에 들어오면 발제에 엄청난 압박을 받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처럼 뉴스도 생물입니다. 새로운 게 없으면 눈길을 끌 수 없습니다. ‘관점’과 ‘뉴스’, 이 두 가지를 꼭 잊지 말기 바랍니다.
4. 최종면접 전까지는 아닌 사람을 거르는 과정
본격적인 언론고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국에 기자 준비생은 몇 명일까요? 저는 1,500~2,000명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18년 3월에 실시된 MBC 공채는 서류전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기시험을 응시한 사람이 1,584명이었습니다. 여기에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대략 2천 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2천 명에서 자주 서류에 합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고가 나오면 시험을 보러가는 사람들이죠. 이분들은 직업이 언시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들을 ‘진성언시생’이라고 부릅니다. 진성 언시생은 300명 정도가 됩니다. 보통 언론사에서 서류합격을 시키는 지원자는 200~300명이 됩니다. 물론 조선일보나 국민일보처럼 서류를 많이 뽑는 회사도 있습니다. 보통이 300명 정도 됩니다.
300명 가운데서 필기를 자주 붙는 ‘상위권 언시생’들이 있습니다. 보통 필기합격자가 20~50명 정도 됩니다. 저는 30명으로 보는데, 이 사람들은 필기시험을 3번 이상 합격한 사람들입니다. 즉, 면접장을 가면 자주 보는 사람들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실력자가 계신다면 제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가설을 세워보겠습니다. 한 회사당 3명씩 뽑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0대 일간지, 방송사 10곳, 경제지와 통신사 10곳을 다 더하면, 100명 정도가 나옵니다. 오차가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1년에 100명이 언론고시를 통과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아까 말했던 상위권 30명이 넘습니다. 비과학적일 수 있겠지만, 어쩌다가 운으로 붙거나, 아는 논제가 나와서 글을 잘 써서 필기에 붙은 분도 있겠죠.(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2,000명에서 30명으로 줄었습니다. 그 많은 자소서와 필기시험 답안지를 읽는 분들은 무엇이 편할까요? 아닌 사람 거르는 게 빠릅니다. 분량 미달을 먼저 거르고, 내용을 보겠죠. 그래서 ‘새로운 게’ 필요하고 ‘관점’이 중요합니다. 눈길을 끌어야 버림당하지 않습니다.
5. 지망생과 상위권을 가르는 기준
기자지망생 |
진성 언시생 |
상위권 |
1500~2000명 |
300명 |
30명 |
상식 |
지식 |
관점 |
일반인의 상식, 교양수준 박문각 SPA처럼 시사용어 설명하는 수준. |
이슈 팔로잉 가능 뉴스의 흐름 파악 가능 |
사안을 통시적, 공시적 접근 역사적으로 접근하거나 다른 이론을 접목해 분석 |
위에서 설명했던 지망생과 상위권를 가르는 기준을 간단하게 표로 정리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분류를 하고 싶습니다. 저만의 독특한 분류법은 아니고 기존의 있는 내용을 스스로 적용해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선거법이 변경되면서 가장 논쟁인 부분입니다.
먼저 상식 수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설명해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의 선거제도와 달리 비례대표성을 늘려, 사표를 방지해 개인의 투표권이 잘 반영되게 만드는 제도”
용어 설명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지식 수준에서는 좀 다릅니다.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이 어렵고, 이를 늘리기 위해 국회가 패스트트랙를 이용해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음.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이라는 방법으로 선거제도를 무력화 시키려고 함.”
이 정도가 뉴스를 팔로잉하고 있다는 단계입니다. 그렇다면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 4차 산업혁명’이다. 다수와 대중이 아닌 개인의 의견과 권리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은 소품종 대량 생산을 통해 대중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선택권이 적어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다품종 소량 생산시대, 개성이 많이 반영되는 시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수월하게 만든다. 선택권이 많아지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의 의사와 권리도 투영될 수 있고 사표도 방지된다.”
어떤가요? 좀 다른 이야기 아닌가요? 뭔가 새로운 내용이면서 산업혁명 과정이라는 역사성을 활용해 사안을 분석해봤습니다. 나만의 관점과 새로운 내용이 들어간 것입니다. ‘관점과 새로운 것’은 기자가 되어서도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잘 훈련된다면, 합격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6. ‘운칠기삼’과 ‘운삼기칠’
위에서 상위권은 30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사는 100명을 뽑는다고 합니다. 저는 ‘운삼기칠’과 ‘운칠기삼’으로 표현합니다. 운이 3이고 실력 7인 사람은 상위권입니다. 반대로는 진성언시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공부법이 많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삼기칠’ 스타일이었습니다. 즉 ‘어떠한 논제가 나와도 그 자리에서 글을 쓸 수 있다’입니다. 평소에 다양한 논제에 대비할 수 있게 글감을 많이 모아두고 생각을 많이 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운칠기삼’은 완성글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제가 나오는 게 비슷하기 때문에 완성글 20개를 모아두고 돌려막기를 하는 거죠. 물론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해하지 말길 바랍니다. 저는 평소에 글감을 모으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7.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평생 살면서 공부를 진심으로 열심히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죽어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떨어지니까 저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나이, 학벌, 성별 등 불리한 조건으로 걱정하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저도 안 될 때마다 실패의 요인을 여기에 돌렸습니다. 그래서 한강물에 빠져버린다고 한탄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 바닥은 ‘존버’하면 승리합니다. 당신이 지금 걱정하고 있는 순간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생각이상으로 공부를 안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나이가 많고, 학벌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저보다 다들 잘 나가시는, 학창시절 공부 좀 해보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저보다 ‘듣보잡’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서울대생이 와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토론시험장에서 상대방을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만드는 ‘넘사벽(?)’적인 말로 압도하기도 했습니다.(이건 제 추측입니다^^)
자주 뜨지 않는 공채에 원망하시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뜬다면 바로 경쟁이 가능한가를 스스로 묻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의 저의 회사인 KBS와 아쉽게 탈락한 MBC를 꼭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몰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MBC는 탈락의 충격으로 3개월 놀았습니다.ㅋㅋㅋ
저는 순수하게 하루에 8~10시간을 공부했습니다. 1년 내내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100일 정도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하루에 10시간은커녕 3시간도 못 채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비한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열심히 써서 했기 때문에 손과 팔에 파스를 열심히 붙였습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고, 이를 머리에 입력시키기 위해 손으로 썼습니다.
8. 언시의 시작은 세저리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것은 모두 세저리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정말 아무생각이 없었던 저에게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더 애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저리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진지하게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공부하기에 최고인 곳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후배로 만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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