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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시 후기
조선일보 합격 후기
- 신지인
- 조회 : 12731
- 등록일 : 2020-12-07
■ 언론고시 시작 4년 만에 들은 합격 소식
안녕하세요. 13기 신지인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선생님, 동료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2020년 조선일보 공개채용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제가 공부했던 방식과 시험 대비 과정, 언시 전략을 공유하겠습니다.
처음 언론고시를 시작한 건 2017년 1월이었습니다. 학교 고시반에서 아무런 요령이나 전략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공부했습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 올해 초 세저리에 입학했는데, 제가 느끼기에 세저리는 언론사 입사에 도움되는 알짜배기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세저리민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고,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세저리 입학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고민 말고 입학하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 단기 합격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 필요
1) 인턴 노리기
저는 2020년 조선일보 하계 채용전환형 인턴으로 활동했고, 최종면접 대상자에 뽑히지 못해 공개채용에 다시 지원했습니다. 인턴과 공채 둘 다 경험해보니, 인턴전형이 공채전형보다 수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조선일보 공개채용의 경우 인턴전형보다 4개의 시험을 더 치러야 최종면접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검증된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인턴전형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턴시험에 응시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인턴전형 1차(서류평가) 2차(논술, 면접) 3차(최종면접)
*공채전형 1차(서류평가) 2차(논술, 작문, 상식) 3차(집단면접, 장문논술, 현장 기사쓰기) 4차(최종면접)
2) 세저리에서 디지털 역량 쌓기
집단면접과 최종면접에서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은 ‘디지털 역량’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타 언론사 논술주제로도 자주 나오고, 선배기자들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면접답변으로 꼽았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자가 되려면, 어디에서나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자신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면접장에서 1학기 방송취재보도실습 수업을 들으며 영상뉴스를 제작했던 경험을 풀어냈습니다. 이외에도 세저리에는 디지털미디어실습, 영상취재편집실습, 뉴미디어제작실습, 영상제작마스터클래스 수업이 있습니다. 수업만 잘 활용해도 회사 입장에서 뽑고 싶은 지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시간만 채우는 게 아니라, 내공을 쌓는 공부방법
언시 초반, 해 뜨기 전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했지만 무엇이 머리에 남는지, 시간만 보낸 건 아닌지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끝내고 집에 가겠다’는 일들을 세 개 정했습니다. ‘신문 읽기’ ‘논작문 글쓰기’ ‘책 읽기’입니다.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요일을 정해놓고 꼭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신문은 매일 읽었고, 논작문 글쓰기는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책 읽기는 일주일에 50페이지 이상 읽도록 노력했습니다.
1) 신문읽기
저는 여러 신문을 보기보다, 하나의 신문을 꼼꼼히, 꾸준히 읽는 편을 택했습니다. 한 신문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다른 성향의 신문을 빠르게 넘겨 읽으면서 보충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문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래 세 가지를 정리하며 읽었습니다.
① 팩트 정리: 이종원 선생님께서 ‘논술은 디테일이다’라고 강조하십니다. 저는 디테일이 신문에 다 들어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머릿속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안 정리노트를 만들었습니다. 현안과 관련된 정확한 정의, 통계와 수치, 핵심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숫자에 약한 편이라 신문에서 통계나 수치 자료를 봐도 와닿지 않고 외워지지 않았는데, 현안 정리노트를 만든 이후로는 일상 대화에서도 통계수치를 인용할 정도로 잘 외워졌습니다. 특히 정리한 노트를 논술시험 직전에 보니 활용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기사에서 발표자료나 참고자료를 인용하면, 그 자료의 원문을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같은 자료라도 신문사 성향에 따라, 기자의 취재 역량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② 사설 정리: 사설을 보면 그 신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날의 이슈가 무엇인지, 또 그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보성향 신문의 사설과 보수성향 신문의 사설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두 신문에서 사설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겹친다면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므로 꼼꼼히 정리하고, 겹치지 않는다면 다양한 주제를 습득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정리했습니다.
③ 키워드 정리: 세저리 동료들과 함께 상식 키워드 취합 스터디를 했습니다. 6~7명이 각자 일간지 하나를 맡고, 담당 신문에서 생소하거나 의미있는 키워드를 선별해 개념과 신문에 쓰인 맥락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키워드를 고르는 기준은 ‘과연 이 키워드가 약술형 시험으로 나왔을 때 막힘 없이 써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저희 스터디는 한 사람당 일주일에 15개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일주일에 100개 가까운 키워드를 공부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취합한 키워드는 언론사 1차 상식시험 때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2) 논작문 글쓰기
세저리의 가장 큰 강점은 자신이 쓴 글을 선생님께 첨삭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 튜토리얼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물론, 무리하게 참여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불가피하게 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표와 과제량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작정 많은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튜토리얼을 활용하면 제 나쁜 글쓰기 습관이나 논리적 결함,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생각까지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는 이봉수 선생님과 이상요 선생님의 글쓰기 튜토리얼을 들으면서 문장뿐 아니라 글 구성, 통찰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습니다.
3) 책 읽기
‘다독, 다작, 다상량’. 이 말이 마르고 닳도록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글을 써도 깊이가 느껴지지 않을 때,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을 때 책을 읽었습니다. 써야 하는 글의 주제와 관련한 책을 주로 읽었고, 철학서와 문학도 간간히 읽었습니다. 언론사가 원하는 글은 아름다운 글보다는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담긴 글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 글에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나온 개념 도구들, 인용할 수 있는 문장을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세명대 문화관은 민송도서관과 가깝습니다. 단비 서재에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민송도서관에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도서관에도 없다면 도서 신청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 공채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평소 공부와 시험 대비 공부방법이 달랐습니다. 평소에는 ‘글을 구성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웠고, 시험에 임박했을 때는 ‘최대한 글의 재료 많이 모으기’에 주력했습니다. 튜토리얼이나 글쓰기 과제를 할 때는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서 논리적으로 완결된 글을 쌓아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제 머릿속에 있는 재료로만 글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통계 수치자료를 정리하고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1) 2차 필기시험(상식시험, 논술, 작문 대비)
상식시험은 위 언급했던 신문 키워드 취합본을 6주치 공부하는 것으로 대비했습니다. 최근에 KBS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렀거나 기존에 한자 자격증이 있는 분이라면 무리 없이 답안을 적으실 수 있습니다. 고득점을 받고 싶다면 박문각 등에서 나온 상식책을 봐도 좋겠지만, 신문을 꼼꼼히 읽어왔다면 필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논술주제로 거대담론을 제시하는 언론사도 있고, 현안에 대한 생각을 논하라고 하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역대 조선일보 공채 논제는 어떻게 나왔는지 아랑 카페에서 찾아보니 현안에 관한 논제가 주로 나오는 듯했습니다. 저는 최근 1개월간 사설에서 다룬 이슈를 위주로 공부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주제가 시험문제로 나왔습니다. 적어도 1~5면에서 다룬 이슈를 포괄적으로 정리했으면 적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문은 최대한 많은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문시험은 뜬금없는 주제가 주어져도 얼마나 당황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대략적이나마 예상가능한 논술시험 주제와 달리, 작문은 예상치 못한 주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작문을 써보고, 시험장에서는 주제에 맞게 각색해서 쓰는 방식으로 대비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잘 썼다고 평가받은 작문 4~5편을 꼼꼼히 읽어갔습니다.
2) 3차 실무시험(집단면접, 장문논술, 현장 기사쓰기 대비)
집단면접과 장문논술은 동시에 대비했습니다. 집단면접은 5명의 지원자가 부장급 면접관 앞에서 현안에 관한 답변을 3분 이내로 답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질문은 제비뽑기로 지원자 중 한 명이 대표로 뽑습니다. 장문논술은 1600자 길이로 2차 필기시험 분량인 1100자보다 더 깁니다. 면접과 논술 모두 시사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저는 40여개의 현안에 답하고 글 쓸 수 있도록 준비해갔습니다. 어떤 주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깊게 공부하기 보다는 얕더라도 최대한 많은 토픽을 준비하고자 각 쟁점들을 3줄 요약으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줄은 사안의 개요, 두 번째는 논쟁 지점. 세 번째는 관련 통계수치 등으로 정리하는 식입니다.
현장 기사쓰기는 세저리 동료들이 다른 지원자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평가방식은 당시 화두가 되는 10여 개의 키워드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그 중 하나를 골라 5시간 동안 취재하고, 2시간 동안 자필로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는 식입니다. 단비뉴스에서 현장 기사를 많이 써보지 않은 분이라면, 단비 현장기사를 꼼꼼히 읽어가시길 바랍니다. 실제 시험에서 취재 내용은 나눠준 수첩에만 기록하도록 하고, 기사를 쓸 때는 수첩만 참고하도록 합니다. 팁이 있다면 현장을 얼마나 꼼꼼하게 묘사하는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취재원을 확보했는가, 취재원의 신원을 확보하려 노력했는가(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 취재수첩에 기재)에 중점을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최종면접 대비
4차 시험에서는 7~8명의 임원들과 최종 면접을 보게 됩니다. 인적사항, 자기소개서, 그 동안의 활동내용 등 어떤 질문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들께 예상 질문을 뽑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면접장에서는 면접위원과 지원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크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답하려 했습니다. 10분 내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에 준비했던 답변을 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을 다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면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면접위원에게 남기고 퇴장할지 미리 생각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세저리에 있는 동안,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언론인이 되고자 수련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왔습니다. 기자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해하기보다, 언젠가는 꼭 될 거라 믿고 내공을 쌓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함께 분투한 동료들, 큰 믿음으로 제 실력보다 더 큰 성과를 내도록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동료와 선생님, 그리고 세저리를 거쳐 언론인이 된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