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작
단비뉴스 편집실
게으름부릴 자유를 달라
- 구슬이
- 조회 : 5780
- 등록일 : 2012-02-23
* 기사를 누르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는 단비뉴스로 넘어갑니다.
게으름부릴 자유를 달라
[단비발언대] 이슬기
2012년 02월 23일 (목) 20:42:42
이슬기 기자 shyny47@naver.com
컨베이어 벨트 위 나사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것을 조이는 노동자들의 손은 바쁘다. 잠시 한 눈 팔면 나사가 기계 속으로 들어가고, 어느새 나타난 공장장이 노동자의 머리를 쥐어 박는다. 무성영화 <모던타임즈(modern times)>의 한 장면이다.
▲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 ⓒ 영화 <모던타임즈> 갈무리
기계처럼 일한 주인공은 기어이 나사 조이는 강박관념에 빠져 공장 안을 지나가던 여자의 엉덩이에 달린 단추를 조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것마저 웃음으로 승화한 그는 전설의 희극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이다. 영화 속 그는 과도한 노동으로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만다. 거리를 방황하다 시위 군중에 휩싸여 감옥에 갇히고 결국 떠돌이로 전락하게 된다는 비극적 결말을 담았다.
당대 현실을 반영한 비극에도 관객들은 영화보는 내내 웃음을 터뜨린다. 주인공 찰리가 화장실 한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한쪽 벽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자본가의 불호령에 냅다 공장 안으로 달려가는 장면 등이 그렇다. 하지만 75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서류를 당장 보내라는 상사의 스마트폰 독촉 메시지에 휴가지에서도 일을 하는 회사원의 모습, 이른 시간 가축처럼 공장으로 끌려가 온종일 휴식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자본가의 모습에서 현재 한국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은 아닐까.